도올 "재신임은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논의의 시작"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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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잡배들의 쇄설에 괘념치 마시고 성군이 되시옵소서.(4월 16일-노무현 대통령 취임이후 첫 단독 인터뷰를 마치고…)"

"당신은 정말 대통령 노릇 못해먹을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6월 3일-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극과 극의 평가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도올 김용옥씨가 노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에 대해 다시한번 붓을 잡았다.

도올은 13일 문화일보 칼럼 '도올담정'을 통해 플라톤의 이상국가론과 서구의 민주주주의화 과정을 언급하면서 "우리나라의 '폴리테이아(Politeia:정체(政體)·정치체제)'역시 반세기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야 그 진정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우리나라 정치사의 최후 보루였던 대통령이라는 권위주의적 정체, 그 자체에 도전장을 던짐으로써 비자각적 구정치체제의 입각점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올은 "재신임문제는 어떤 경우에도 노무현 개인의 도덕성이나 개인적 자질, 성품, 능력에 대한 신임을 묻는 문제로 환원되어서는 안된다"며 "노무현을 포함한 우리나라 정치사 전체의 관행의 정당성을 묻는 제도적 장치로서 이해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이 "반전을 노리는 도박사적 경솔에 물들어 있다고는 하나 대통령의 직위 그 자체를 승부수로 던진 결단의 배경에는 한국정치의 부패와 위선, 독선과 무반성에 대한 뼈저린 성찰이 일관되게 깔려있다"며 "그의 무기력이 그의 원죄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그는 야당에 대해 "재신임 제안을 얼씨구나 덥썩 물었다가 또 내뱉고 하는 식의 원칙없는 처사는 결국 자기무덤을 파는 것"이라며 "제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의 티끌만을 흠잡는 그들의 계산은 그 제안을 노무현 개인의 스캔달로 축소시키려고 하겠지만 국민은 그러한 흉계를 본원적으로 차단시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대통령이 물러나야 할 상황이 온다할지라도 그때는 우리나라 정치, 그 전체가 물러나야한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면서 "그러나 주사위는 그런 식으로 던져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정책과 관련 "하등의 일관된 정책이 부재하며, 어느 것 하나도 국민의 진보적 열망을 구현시켜 준 것이 없다"며 노무현 정권이 우왕좌왕하다 무능만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무현 자신이 이를 깊게 반성치 않는다면 재신임 이후의 정국에도 아무런 서광이 비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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