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집사들의 닮은 꼴 운명

  • 입력 2003년 10월 8일 2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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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집사’로 알려진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SK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검찰소환 통보를 받자 역대 정권 집사들의 ‘닮은 꼴’ 운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최 전 비서관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1년 후배로 1984년 이후 20여년간 변호사사무실 사무장과 부산지역구 사무장을 맡아 노 대통령의 ‘영원한 집사’로 불리는 인물.

최 전 비서관처럼 정권의 ‘집사’가 비리 의혹에 연루돼 정권의 도덕성에 흠집을 낸 것은 역대 정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20여년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집사노릇을 했던 홍인길(洪仁吉) 전 대통령총무수석비서관은 YS가 집권 중이던 97년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 총회장에게서 8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최근 사면된 홍 전 수석은 내년 총선에서 부산 서구에 출마키로 했다.

또 상도동 집사 출신인 장학로(張學魯)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은 96년 이권 청탁 등의 대가로 14개 기업에서 6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측근 가신정치 청산’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김대중(金大中) 전 정부에서도 정권 집사의 수모는 이어졌다.

20년간 DJ의 ‘집사’ 역할을 맡아온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도 지난해 2월 말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되기도 했다.

YS시절 대통령부속실장을 지낸 한나라당 정병국(鄭柄國) 의원은 “한 정권의 권력실세는 대통령과 거리가 가까운 사람이며 ‘집사’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며 “유혹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들에겐 철저한 자기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대통령 외유땐 꼭 … 징크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해외에 나가면 정치적 악재가 터진다’는 징크스에 시달렸다. 대표적인 것이 1999년 5월 러시아 몽골 방문 때 발생한 ‘옷 로비 의혹 사건’이다.

8일 정치권에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그 징크스를 이어받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한국 중국 일본’ 정상회의 참석 기간 중 대선 선대위 총무본부장이었던 이상수(李相洙) 의원과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SK비자금 수수 의혹 사건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날 노 대통령과 기자단의 간담회에서는 정상회의 성과 대신 측근들의 비리 의혹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노 대통령의 5월 방미 때는 청와대 당직실이 대통령의 전화를 받지 않아 공직 기강 해이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비등했고, 6월 방일 때는 현충일과 날짜가 겹쳐 논란이 벌어졌다. 해외 방문은 아니지만 8월 초 노 대통령의 여름휴가 때는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향응 파문이 터지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징크스가 대통령의 정치적 현실 감각 이완현상과도 관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DJ도 ‘옷 로비 사건’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마녀사냥’이라고 반박했던 것에 대해 나중에 “외국에 가면 (정치적) 감이 떨어진다. 그땐 내가 실수했다”고 후회한 적이 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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