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씨, 北송금이후 김정일 3차례 면담

  • 입력 2003년 9월 28일 23시 58분


코멘트
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4억5000만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세 차례 접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대북송금 의혹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의 변호인이 재판부에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에 첨부된 ‘국방위원장 면담 일정’ 및 ‘남북경협 사업일지’ 문건에서 밝혀졌다.

정 회장과 김 국방위원장은 파격적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된 원산 동해함대 해군기지 등에서 한 달여씩의 간격을 두고 집중적으로 만났다.

문건에 따르면 정 회장은 송금 직후인 2000년 6월 29일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원산 동해함대 해군기지에서 4시간20분 동안 김 위원장을 면담했다. 이어 같은 해 8월 9일 원산 국방위원장 전용 선박에서 4시간15분간, 같은 해 9월 30일에는 금강산에서 5시간반 동안 면담이 이뤄졌다.

비교적 짧게 진행된 1998년 10월의 1차면담(35분)과 1999년 10월의 2차면담(2시간반)에 비해 송금 이후 세 차례 만남은 만찬과 오찬이 곁들여져 시간이 길었다.

또 대북사업과 관련한 논의도 구체적으로 오가 2000년 8월 면담에서 김 위원장은 “모든 투자는 현대를 창구로 현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해 현대에 사실상 대북사업 독점권을 약속했다. 그러나 2000년 10월 이후 10차례의 방북에서는 김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없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