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언어이질 심각

  • 입력 2003년 9월 15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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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형에서 두 옆변의 가운데 점을 맺은 선분을 제형의 중간선이라고 부른다.'(북한 고등중학교 4학년 교과서)

'사다리꼴에서 두 측변의 이등분점을 잇는 선분을 사다리꼴의 중간선이라고 부른다.'(남한 고교 수학 교과서)

국회 교육위 이미경(李美卿·민주당) 의원은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남북어문교류위원회와 공동으로 4월부터 8월말까지 남북 교과서를 비교 분석한 결과, 남북간 언어의 이질화 정도가 심각해 번역하지 않고는 뜻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달라진 표현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15일 밝혔다.

예컨대 북한의 고등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의 '일 없어. 난 오늘 물고기를 꼭 잡아야 해. 못 잡으면 꽝포쟁이가 되거던…'이라는 표현을 남한식으로 바꾸면 '괜찮아. 난 오늘 물고기를 꼭 잡아야 해. 못 잡으면 허풍쟁이가 되거든…'으로 된다는 것.

북한은 주무랑마봉(에베레스트산) 마쟈르(헝가리) 뽈스까(폴란드) 휘거(피겨스케이팅) 등 외래어 표기법을 철저히 원음주의에 따르고 있었다. 또 한글 전용 실시 이후 세평방정리(피타고라스의 정리) 여성 고음(소프라노), 소리표(음표) 산줄기(산맥) 등 단어 사용에서도 차이가 많았다.

존칭을 나타내는 조사인 '00께서는'을 복수에 사용할 경우 'A와 B께서는' 식으로 뒷말에만 존칭 조사를 붙이는 게 자연스러운 어법이지만, 북한에서는 수령에 대한 극존칭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수령님께서와 친애하는 지도자 선생님께서는'으로 쓰고 있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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