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모호한 話法… 대변인 진땀

  • 입력 2003년 8월 28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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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오른쪽)이 28일 오전 청와대를 예방한 짐 리치 미 하원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을 맞아 악수를 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 대통령(오른쪽)이 28일 오전 청와대를 예방한 짐 리치 미 하원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을 맞아 악수를 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불명료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화법(話法)이 계속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의 발언 직후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이 사후 해명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27일 전남 광양시에서 지역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아들도 별것 아닌 문제로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발언은 ‘별것 아닌’이라는 표현 때문에 뒤늦게 윤 대변인이 해명에 나섰다.

윤 대변인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이었다면 검찰이 대통령 아들까지 조사할 수 있었겠느냐는 취지였지, 수사해서는 안 될 것을 수사했다는 뜻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 일각에서는 “법원에서 유죄판결까지 받은 사건이 별것이 아니면 앞으로 대통령 친인척 수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이 지역의 친(親)DJ 정서를 감안한 발언이었지만 불필요한 논란만 불러일으킨 셈이다.

20일 해외동포 지도자와의 간담회에서 “진짜 국가가 위험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과 권력을 법대로 행사하겠다”고 한 발언은 노 대통령이 뭔가 ‘특단의 조치’를 구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이 발언도 윤 대변인이 나서 노 대통령에게 직접 물어본 뒤 “정말로 국가운영이 혼란에 빠지는 상황이라면 ‘대통령의 책무를 다할 테니 안심하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19일 북한 인공기 소각사건에 대해 유감 표명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성조기 모욕행위가 있을 때마다 유감 표명을 해왔듯이…”라며 미국과 북한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또 25일 4개 경제신문 합동회견에서는 예산문제 때문에 국방비 증액이 쉽지 않다는 점을 털어놔 불과 열흘 전 광복절 기념사에서 “10년 안에 자주국방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한 발언을 무색하게 했다. 19일 대구 경북지역 언론사 합동회견에서 ‘지역소외론’의 허구성을 지적하며 “호남에서 호남푸대접론을 100번 얘기해도 노무현이는 돈 10원 더 줄 돈이 없다”고 말했던 노 대통령은 27일 광양시에서는 “호남의 낙후된 경제를 배려하고 공직인사에서도 관심을 갖겠다”며 다른 얘기를 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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