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유감표명 적절치 않았다

  • 입력 2003년 8월 19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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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북한이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참가를 통보해 왔지만 정부가 과연 이런 식으로 북한을 대해야 하는지 의문이 남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일부 보수단체들의 인공기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상화 소각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고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됐다. 대회를 공들여 준비해 온 대구 시민들을 생각하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드러난 몇 가지 문제점들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선 점과 유감의 내용이 적절치 않았다. 북한이 여전히 주적(主敵)이라고 해서만은 아니다. 북한의 의도가 너무도 분명했기 때문이다. 북한 측도 남한이 다원화된 민주사회임을 모를 리 없다. 우리 측 보수단체들을 비난했지만 작년 부산아시아경기 때 북한 선수단에 베푼 환대에는 보수단체들의 마음도 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굳이 정부의 ‘사죄’를 요구한 의도는 보혁(保革) 갈등을 부추겨 또 한번 남한 사회를 흔들어보겠다는것이었다. 이를 알면서도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해야 했을까. 통일부 장관이 “문제 발생에 유의한다”며 사실상 유감을 표명한 만큼 대통령까지 나설 필요는 없었다고 우리는 본다. 지난해 서해교전 때 북한은 남북장관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로 유감을 표시했을 뿐이다.

더욱이 대통령은 인공기를 미국 성조기와 같은 차원에 놓고 보는, 참으로 사려 깊지 못한 말을 했다. 미국은 엄연한 우리의 동맹이다. 우리의 생명과 재산이 한미동맹관계에 기초한 대북 억지력에 의존하고 있다. 대북 화해·협력이 중요하다고 해도 아직은 우리의 현실이 성조기 소각과 인공기 소각을 동일선상에 놓고 볼 상황은 아니다.

북한의 대회 참가로 남북관계가 더 두터워질 수만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북한이 뭔가 트집을 잡을 때마다 들어주는 선례를 만들어서는 건강한 남북관계를 기대할 수 없다. 노 대통령도 5월 방미 때 “앞으로는 북한이 하자는 대로만 따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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