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北 한마디에 울고웃는 U대회

  • 입력 2003년 8월 19일 18시 23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불참을 시사했던 북한이 하루 만인 19일 다시 참가 의사를 통보했다. 8·15행사에서 북한 인공기를 훼손한 것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과 정세현 통일부 장관의 유감 표명이 있고 나서다.

이에 대회조직위측은 “무엇보다 대회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북한의 불참 시사 발언이 나온 18일 대회조직위원회 인사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아예 일손을 놓아 버린 이들도 있었다. 대회는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분위기는 이미 파장이었다. 그래야만 했을까.

대학생 선수로 출전자격이 제한된 유니버시아드는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와는 달리 큰 관심을 끌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는 데다 ‘경쟁’보다는 ‘축제’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그런 유니버시아드에서 북한의 출전이 ‘빅 카드’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해 10월 부산아시아경기에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을 봐도 그렇다. 북한의 불참 시사에 대회조직위가 낙담했던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빠진다고 대회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일까. 유니버시아드는 170여개국이 출전하는 ‘세계의 잔치’다. 북한은 그 출전국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대구시가 2000년 7월 경쟁 도시들을 제치고 유니버시아드를 유치한 것은 최선을 다해 대회를 준비하겠다는 세계와의 약속이었다.

그런 마당에 북한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해서 ‘반쪽 대회’ 운운하며 일손까지 놓아버린 것은 그 약속을 저버린 행위나 다름없다. 그런 모습은 갖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학 스포츠 축제에 동참하기 위해 대구까지 온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도 도리가 아니었다.

북한이 참가 의사를 재통보한 직후인 19일 오후 조해녕 조직위원장은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시종 얼굴에 웃음을 띤 채 “북측의 출전을 알리게 돼 다행스럽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영광스럽다는 것일까. 북한이 다시 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것만도 고맙다는 뜻일까. 북한의 돌출행동을 꼬집는 말 한마디쯤 기대하고 있던 기자는 맥이 풀렸다.

이번 대회 슬로건은 ‘벽을 넘어 하나로, 꿈을 펼쳐 미래로’다. 이 슬로건처럼 어떤 경우든 세계의 모든 젊은이에게 ‘하나 된 꿈’을 선사하는 게 대회조직위의 할 일이다.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는 북한을 위한 대회가 아니라 전 세계의 젊은이들을 위한 대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종석 스포츠레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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