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긴급체포]현대비자금 수사 정치권 전면확대

  • 입력 2003년 8월 12일 10시 22분


‘현대비자금 150억원+α’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1일 구 여권 내 거물 정치인으로 통하던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을 긴급체포한 것은 2000년 총선을 전후해 현대에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정치인들을 수사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검찰의 초강수=권 전 고문에 대한 긴급체포는 우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중단된 정치인 수사를 본격 재개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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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 내부에서는 정 회장 사망으로 여권 핵심층이 현대 비자금 수사에 크게 반발한 데다 11일 국회 법사위에서 불거진 정 회장에 대한 강압 조사 논란으로 현대비자금 수사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11일 오전까지만 해도 검찰 주변에서는 정 회장 사망 이후 검찰이 현대 비자금을 받은 정치인들에 대한 범죄 혐의를 충분히 입증한 뒤 이들에 대한 소환은 이달 말경에야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같은 예상을 뒤엎고 거물급 정치인 소환이라는 초강수의 카드를 꺼냈다.

권 전 고문에 대한 전격 수사가 이번 수사를 성공시키기 위한 검찰의 ‘배수진’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핵심 조사 내용 및 수사 전망=검찰은 권 전 고문을 구속한 뒤 현대에서 권 전 고문에게 건네진 돈의 행방과 권 전 고문의 역할을 캐면서 현대에서 비자금을 받은 다른 정치인에게 수사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검찰은 60여일간 계좌 추적을 벌여왔으며 김재수(金在洙) 전 현대구조조정본부장과 김윤규(金潤圭·현대아산 사장) 전 현대건설 사장도 차례로 불러 권 전 고문의 혐의를 입증할 기초 조사를 끝냈다는 후문이다.

2000년 4월 총선을 전후해 현대가 조성한 비자금은 정 회장이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150억원 이외에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상당 규모의 자금이 정치권으로 유입됐다는 것이 그간의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우선 권 전 고문이 현대에서 받은 돈의 액수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러 자금의 최종 행방을 밝혀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권 전 고문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배분받은 것으로 드러난 정치인들은 권 전 고문 수사 도중 줄줄이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권 전 고문과 별도로 현대에서 비자금을 직접 받아간 정치인들도 3, 4명에 이르며 이들은 대부분 4·13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는 얘기도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2000년 당시 정치인들이 후원회를 통한 모금 등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현대에서 대가성 없는 자금을 받은 경우에는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 3년이 지나 이번 수사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따라서 권 전 고문 수사과정에서 본격 소환될 정치인은 현대에서 각종 청탁과 함께 비자금을 전달받거나 대가성 입증은 어렵지만 받은 돈의 규모가 클 경우로 한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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