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언론중재 신청]3월4건… 7월38건…

  • 입력 2003년 8월 7일 18시 44분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이후 국가 기관(정부 지자체 공공단체)의 언론 중재 신청 건수가 돌연 급증한 것은 ‘오보와의 전쟁’ 선언 이후 현 정부의 ‘언론 불신’을 실증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1981년 언론중재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지난해까지 국가 기관의 중재 신청 건수는 전체의 7.2%를 차지해 개인(56.2%) 회사(16.9%) 일반단체(15.5%)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선 올해 국가 기관의 중재 신청 건수는 27.9%로 개인에 이어 두번째를 차지했고 지난달에는 5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국가 기관의 언론 중재 신청 건수가 급증한 것은 올해 4월부터. 노 대통령이 ‘오보와의 전쟁’ 등으로 언론 보도에 대한 적극 대응을 지시한 직후 국정홍보처는 ‘언론의 문제 보도에 대한 대응 현황’을 부처별로 집계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의 취임 전후인 1∼3월에 국가 기관의 언론 중재 신청은 월 4∼6건으로 예년과 비슷했다. 그러나 4월에는 12건, 5월과 6월은 각각 23건, 7월에는 38건으로 급상승했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언론에 대한 ‘정정 보도’ 신청 실적이 타 부처에 비해 적다고 질타를 받았다”며 “지금까지 무해무익한 정책 추진 기사에는 크게 대응하지 않았지만 ‘강성기류’ 때문에 부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팩트가 틀리는 기사는 정정 보도 청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의 한 관계자도 “특정 정책을 추진한다는 기사가 나갔을 때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반론 보도를 요구하는 내부 분위기 때문에 해당 언론사에 반론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창현(李昌炫) 국민대 언론학부 교수는 “국가가 민간의 언론피해를 구제하는 법정기구인 ‘언론중재위’를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도구로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설립 취지에 맞지 않다”며 “기자회견과 브리핑 등 입장을 밝힐 자리가 많은 국가가 언론 중재나 소송을 남용하는 것은 자칫 언론 통제 의도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상운(安相云) 변호사는 “정부가 언론 보도에 대해 ‘법대로’ 대응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나 법정 분쟁에는 사전 타협과 조정이 필요한데 정부와 언론의 신뢰가 무너져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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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도 국가기관별 중재신청
기관신청건수처리결과
대통령 노무현2합의 2
대통령비서실12합의 5, 중재불성립결정 2, 취하 1, 계류 4
대통령직인수위2합의 2
재정경제부9합의 1, 중재결정 1, 취하 2, 계류 5
산업자원부 6합의 5, 중재불성립결정 1
보건복지부5합의 1, 취하 3, 계류 1
문화관광부 4합의 1, 취하 3, 계류 1
공정거래위원회4합의 2, 중재불성립결정 2
외교통상부 3취하 2, 계류 1
건설교통부 3취하 1, 계류 2
국립보건원3합의 1
국립인천공항검역소2취하 2
국정홍보처 1취하 1
해양수산부1취하 1
국가인권위원회1합의 1
철도청1합의 1
육군본부1합의 1
해군본부 1취하 1
국방부1합의 1
노동부 1합의 1
(1월 1일~7월 24일)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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