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예사롭지 않은 행보…최대표와 격돌하나

  • 입력 2003년 7월 28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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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를 겨냥한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의 예사롭지 않은 행보들이 이어지면서 양측 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표경선 이후 한동안 침묵했던 서 전 대표는 지난 주 측근들을 대거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한데 이어 27일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및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와 전격 회동하는 등 '세(勢) 과시'와 정치적 외연확대 작업을 동시에 본격화하고 있다.

당내에선 벌써부터 "서 전 대표의 최 대표 흔들기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 "서 전 대표의 마음은 이미 당을 떠났다"는 얘기들이 무성하다. 심지어 "서 전 대표가 탈당해 정계개편을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 대표를 향한 서 전 대표의 반감은 의외로 골이 깊다. 그는 27일 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최 대표가 나를 죽이려 한다는데 잠자는 사람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며 격한 말들을 쏟아냈다. 그는 또 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한 뒤 "앞으로 기자들이 나의 행동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독자행보를 강화해나갈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서 전 대표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최 대표 측은 "이유를 모르겠지만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최 대표는 일단 "경선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그만큼 상처가 커 아직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것 같다. 끌어안고 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도 27일 서 전 대표에게 전화해 '최-서 회동'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최 대표의 측근들은 '서청원 포용론'에는 일단 수긍하면서도 노골적인 반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 대표의 한 측근은 "지도자 반열에 오른 분이라면 패배를 점잖게 수용하고 감정을 절제하는 훈련부터 해야 한다"며 "경선에 불복한 정치인들의 말로가 어땠는지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서 전 대표가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와 최 대표 사이의 갈등을 최대한 부추기면서 최 대표 체제의 문제점을 적극 부각시키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앙대 총동창회장인 서 전 대표는 28일 재미 동문들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최 대표 측은 서 대표가 미국 방문에서 돌아오면 적극적인 '손내밀기'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동시에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민정계 중심 중진들과 재선급 의원들을 끌어안음으로써 서 전 대표의 '외연확대'를 견제하겠다는 생각이다. 8월 중 총선기획단을 조기 발족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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