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옥죄기?…민주 9월30일이후 대선자금만 공개

  • 입력 2003년 7월 24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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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대선자금 수입과 지출 내용을 공개하면서 대상 기간을 노무현(盧武鉉) 당시 대통령 후보의 선대위 출범(지난해 9월 30일) 이후로 한정한 배경을 놓고 여권 내에서 비주류를 압박하기 위한 고도의 전술이라는 ‘역설적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당초 21일 대선자금 관련 기자회견에서 대선후보 확정(지난해 4월 27일) 이후 사실상 대선에 쓰인 정치자금과 정당의 활동자금을 모두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후보 선출 후 5개월간의 자금 흐름은 뺀 채 선대위 출범 이후의 대선자금 내용만 밝혔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24일 “노 대통령이 후보 확정 시점을 대선자금 공개 기준 시점으로 제안한 것은 당시 당권을 쥐고 있던 비주류측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당권과 재정권은 당시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유용태(劉容泰) 사무총장 등 현재의 비주류측이 갖고 있었다.

노 대통령은 후보 선출 이후부터 공개하자고 제안했고, 민주당은 선대위 출범 이후만 공개한 만큼 그 사이 5개월간의 자금 내용의 공개 여부는 당시 당권과 재정권을 쥐고 있던 한 전 대표와 유 전 총장의 몫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노 대통령과 이 총장이 유 전 총장 등에 대해 당시 자금 내용을 공개하라는 은근한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한편 민주당이 기업 등에서 받았지만 개인 영수증으로 처리했다고 시인한 후원금 38억여원 중 상당수는 국고 몰수 대상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총장은 “기업에서 (후원금) 한도액을 초과해 줄 수 없다고 해 회사 사장 또는 개인이 후원해 줄 수 있지 않느냐고 하니까 그분들도 돕겠다고 했다. 법적으로 개인이 낸 것으로 돼 있지만 개인이 속한 회사에서 도움을 준 부분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 30조에 따르면 후원자별 후원 한도를 초과한 후원금은 국고로 몰수한다고 돼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형식적으로나마 후원금 한도를 규정한 법의 테두리를 준수하려 했으나 법 정신에 맞지 않는 편법”이라며 “잘못된 관행은 법 개정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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