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정 대표는 ‘검찰 수사가 뭔가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을 제거하려는 권력 핵심부의 정치적 의도가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다.
이날 회의에서 검사 출신인 박주선(朴柱宣) 의원이 정 대표를 대변하듯 검찰의 태도를 비판하고 나선 것도 당내에 팽배해 있는 ‘음모론’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당내 법률구조단이 ‘산적한 당무 때문인 만큼 소환 시기를 늦춰 달라’고 검찰에 정중히 요청했지만 검찰은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소설책 같은 소환장을 보내는 등 여론몰이식 수사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치적 의도가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이낙연(李洛淵) 대표비서실장도 “피내사자를 이렇게까지 (압박)하는 전례가 있느냐”고 거들었다.
한편 정 대표가 ‘검찰 출두 전 신당문제 해결’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 재기(再起)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당내 분란이 정리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검찰에 출두하면 ‘부패 정치인’이란 딱지만 붙어버리지만, 신당문제 해결을 이끌어내면 당 대표로서의 위상을 상당 수준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들어 부쩍 ‘내년 총선 승리’를 강조하는 정 대표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당 관계자들은 말했다.
정 대표의 한 측근은 “‘신당문제를 해결한 뒤 검찰에 나가겠다’는 정 대표의 입장은 당내 주류와 비주류 모두에게 ‘이달 중 신당문제를 매듭짓지 않으면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압박전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정 대표의 행보가 결국은 ‘나를 버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달라’는 메시지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도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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