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鄭대표 처리 두 기류]“왜 救命 안나서나” “희생 불가피”

  • 입력 2003년 7월 15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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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검찰 수사에 불응하며 ‘버티기’를 계속하는 데 대해 한목소리로 옹호론을 펴는 듯하던 여권 내부의 기류가 시간이 지나면서 각 그룹의 이해와 위치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민주당 당직자나 중진 의원 등 정치 자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은 ‘옹호론’을 펴고 있는 반면, 청와대 소장 참모 그룹 및 민주당 주류 일각에서는 정 대표에 대한 비판론과 함께 ‘정 대표 희생 불가피론’까지 나온다.

▽“청와대는 검찰수사에 개입하라”=민주당 내에서는 정 대표에 대한 동정론을 넘어 검찰 성토 발언까지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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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주류의 좌장인 김원기(金元基) 고문은 15일 “정 대표에 대한 굳은 신뢰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정 대표는 어떤 정치인보다 바탕이 순수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주선(朴柱宣) 제1정조위원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 대표에 대한 검찰의 ‘무례’를 지적하며 “율사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법률구조단을 구성하겠다”고 응원했다.

한 당직자는 “여당 대표가 죽게 생겼는데 청와대는 검찰에 관여할 수 없다는 말만 한다”며 “이런 식으로 청와대가 손을 놓고 있어도 되는 거냐”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그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인사파괴 등을 통해 검찰을 제압하겠다고 나선 결과 검찰이 집권세력을 적대시하고 있다”고 노 대통령을 원망하기도 했다.

‘정 대표 동정론’에는 돈 문제에 관한 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인들의 동병상련도 있지만, 정 대표의 대선자금 추가 폭로 위협에 대비한 자구적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 대표의 추가 폭로 위협 때문에 긴장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라며 “대선 때 요직을 맡았던 범(汎)여권 관계자들의 태도 변화를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당내에서는 ‘대선자금 배달사고설’ 등도 나돌고 있다.

▽“권-검(權-檢)유착으로 돌아가란 말이냐”=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 등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당에서 제기하는 정 대표 옹호론에 대해 “검찰에 개입하는 게 불가능하다. 검찰이 알아서 할 수밖에 없다”는 원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내 부산라인과 386 운동권 출신 소장 참모진 일각에서는 정 대표에 대한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

노 대통령도 정 대표가 대선자금 200억원 발언으로 쓸데없이 문제를 키웠다며 정 대표에 대해 내심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들 소장 참모의 전언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검찰개혁의 과제가 많이 남아 있는데 청와대가 어떻게 검찰에 약점 보이는 일을 할 수 있겠느냐. 민주당 쪽의 요구는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자는 당치 않은 얘기다”며 당 일각의 검찰수사 개입 요구를 일축했다.

다른 386 측근은 “여론을 봐라, 이걸 대충 넘길 수 있겠느냐.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정 대표가 스스로 검찰에 출두해서 조사받아야 한다”며 “잘못은 정 대표 본인이 해놓고, 구제는 청와대 보고 하라는 얘기인데 가당키나 한 말이냐”고 정 대표의 처신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또 다른 측근은 “정 대표가 쓸데없이 2억원(굿모닝시티)문제를 200억원(대선자금)으로 키웠다”고 말했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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