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政局 다시 긴장 고조

  • 입력 2003년 6월 23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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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3일 대북 송금 의혹사건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승인 요청을 공식 거부한 데 맞서 한나라당이 대(對)정부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섬으로써 정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노 대통령의 입장 표명 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노 대통령 친인척 비리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24일 중 1차 수사기간을 120일로 늘리고 ‘또 다른 대기업’의 5억달러 송금 의혹 및 현대 비자금 의혹 수사를 내용으로 한 새 특검법안을 제출해 30일이나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에서 “특검 수사 과정에서 ‘150억원 수수 의혹’이 새롭게 불거졌으나, 대북 송금 사건과 150억원 수수의혹 사건은 법률적, 정치적으로 별개 사건으로 판단된다”며 “특검과 별도로 다루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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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또 “특검 보고를 받고 검토한 결과 대북 송금 의혹 사건에 관해서는 거의 수사가 완결된 상태다. 특검 수사는 대북 송금 사건 수사로 마무리해 주기 바란다”며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승인 요청을 공식 거부했다.

노 대통령은 150억원 수수의혹 수사 문제에 대해 “국민 앞에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면서 “이를 검찰에서 수사할 것인지, 새로운 특검에서 수사할 것인지 판단이 남아 있는데 새로운 특검에서 수사하는 것은 국회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새로운 특검을 할 경우 그 대상은 150억원 의혹 부분으로 한정돼야 할 것이며, 이런저런 정치적 의도는 배제될 필요가 있다”고 밝혀 한나라당이 제출할 새로운 특검법안의 내용을 놓고 여야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한나라당에서는 ‘특검을 연장하지 않으면 국회에서의 국정 처리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국회는 국민을 위한 기구이지, 정쟁의 도구이거나 범법혐의자의 도피처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며 “이 문제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법리(法理)였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노 대통령의 수사기간 연장 거부 결정에 대해 “노 대통령은 독선 독주와 반민주의 길로 들어섰다”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박희태(朴熺太)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 수사의 막을 내린 노 대통령은 국민적 심판과 역사의 단죄를 받을 것을 확신한다”며 “한나라당은 당력을 총결집해 총체적 투쟁에 나설 것이며, 이후 모든 책임은 노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특검팀 "정치적 고려로 중단돼 아쉬워"▼

‘대북 송금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2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함에 따라 수사종료일인 25일까지 박지원(朴智元·구속) 전 문화관광부 장관, 임동원(林東源) 전 국가정보원장,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등 핵심 관련자들을 일괄 기소하기로 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25일까지 모든 관련자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를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박지원 임동원 정몽헌씨 등을 포함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기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지원 전 장관은 구속기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특검은 사건 관계자 17명 중 이미 기소된 5명과 박지원 임동원 정몽헌씨 등을 제외한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최소화하고 이 중 일부는 입건도 하지 않을 계획이다.

특검팀은 이날 노 대통령의 수사기간 연장거부와 관련해 성명서를 내고 “일반 검찰보다도 정치적 중립과 독립적 직무가 보장되어야 할 특검의 수사가 정치적 고려에 의해 중단된 점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며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특검팀은 “승인권자인 대통령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존중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의 150억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수사는 검찰 등에 넘기고, 대북 송금과 관련된 대출외압 혐의(직권남용)만 기소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특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핵심 참고인이 외국에 체류하고 있고 계좌추적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기관에서 수사를 하겠다는 얘기도 나오는 만큼 당초 방침을 바꿔 사건을 넘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날 또 정 회장을 소환, 현대의 150억원 비자금에 대한 보강조사를 벌이는 한편 임 전 국정원장도 다시 불러 대북 송금과 남북정상회담의 대가성 관계를 조사했다.

한편 검찰은 박 전 장관의 150억원 뇌물수수혐의와 관련해 “특검이 수사 자료를 넘겨야 할 의무도 없고 검찰이 넘겨받을 뚜렷한 근거도 없지만 일단 박씨가 이 사건과 관련해 제기한 고발 사건을 검토한 뒤 특검으로부터 수사 종료와 동시에 자료를 넘겨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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