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상훈/‘잊혀진 전쟁’ 6·25

입력 2003-06-22 18:18수정 2009-10-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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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이 일어난 지 53주년이 된다. 3년여의 치열했던 전투가 ‘휴전’이라는 이름으로 막을 내린 지도 50년이 되었다.

그렇다면 6·25전쟁은 정말 끝난 것인가. 휴전 이후 북한은 일관되게 강성대국, 선군정치를 고집해 왔다. 그래서 스커드미사일, 장거리 대포동미사일, 다량의 화학무기에 이어 핵무기 개발에 광분해 왔다. 이것들을 도대체 어디에 쓰려는 속셈인가. 이들 무기의 대부분이 남한을 향해 휴전선 근처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 바로 그 해답이다.

또한 4500여명의 무장간첩을 남파하고, 해상경계선을 6000여회 침범했으며, 정전협정을 9만여건이나 위반했다.

전쟁의 상흔 또한 여전하다. 120만 이산가족이 혈육의 정을 찾아 헤매고 있다. 또 보훈병원에는 전쟁 당시의 부상으로 치료받고 있는 노병이 수백 명이나 되며, 국립묘지에도 ‘6·25 전투 중 전사’라는 비문이 또렷하다.

그럼에도 대다수 국민은 6·25를 기억하지 않고 있다. 아예 50년 전에 끝나버린 전쟁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일부 젊은이들은 6·25 전범 김일성 부자를 찬양하고, 100만 동포가 굶주리고 있는 북한 체제를 동경한다. 4만여 젊은이들이 전사하며 이 나라를 지켜준 미국을 침략자로 매도한다. 동맹군의 훈련 중 사고로 숨진 여중생은 추모하면서도 적과의 전투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서해교전의 전쟁 영웅은 기억하지 않는다. 심지어 17, 18세 때 학도병으로 6·25에 참전한 70대 노병에게 “당신들이 아니었으면 우리나라는 6·25때 통일되었을 것이다”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전쟁을 기억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국의 전승기념일(Remembrance Day)에는 제1,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들이 여왕 앞에서 열병식을 갖고 시가행진을 한다. 연도에 늘어선 국민은 노병들에게 환호와 갈채를 보낸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전투기를 몰고 포클랜드전쟁에 참전하는 왕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미국은 워싱턴의 링컨광장에 한국전 기념비를 건립했다. 비문에는 ‘Freedom is not free’ 즉, 자유는 결코 대가 없이 얻을 수 없다는 교훈을 되새기고 있다. 얼마 전 이라크전쟁에서 돌아온 장병들을 위해 많은 기업체들이 특전을 내놓았다. 특급호텔 만찬에서부터 프로야구 경기 관람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그들은 제2의 이라크 전선으로 기꺼이 달려갈 것이다.

평화는 반전구호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전쟁을 좋아해서, 반전을 외치지 않아서 반만년 동안 900여회의 외침을 받았는가. 그렇다면 제2의 6·25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 그 해답은 유비(有備)다. 그리고 유비의 원천은 우리 스스로 튼튼한 국방력을 갖추고 전쟁 영웅을 예우하는 사회적 풍토다.

‘가시고기’는 알이 부화하기까지 2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새끼를 보호하다 피멍이 들어 죽는다. 죽기 직전에는 최대한 새끼 가까이로 가 새끼가 먹기 좋은 먹이가 된다고 한다. 지난날 목숨 바쳐 이 나라를 지켜온 650만 향군 용사들은 조국과 후손을 위해 기꺼이 가시고기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상훈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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