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대표 DJ찾아 "동서벽 허물어야"…DJ "그게 내 소원"

  • 입력 2003년 6월 10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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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왼쪽)가 10일 취임 인사차 동교동을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왼쪽)가 10일 취임 인사차 동교동을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가 10일 오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저를 찾았다. 올 2월 퇴임 이후 김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는 물론이고 야당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분간에 걸친 두 사람의 대화는 공개리에 진행됐다. 대북송금 특검 수사나 여권의 신당 추진 움직임 같은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박 대표가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을 염려하자 김 전 대통령은 “1주일에 2, 3회 투석치료를 받고 책을 읽곤 한다”고 근황을 전했다.

박 대표가 “동서의 벽을 허물지 않으면 더 이상 정치가 발전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고 운을 떼자 김 전 대통령도 “그것이 일생 소원이다. 여야가 큰마음먹고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비례대표제를 활용해 어느 한 당이 (영호남을) 독식하지 못하게 하면 정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박 대표는 “현실적으로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기는 어렵다”며 “(지역감정은) 정치권에서 생긴 문제이니 정치권에서 허물어야 하는데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박 대표가 대화 말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하자 김 전 대통령은 “관심이야 있지만 은퇴한 사람이므로 여러분이 하시길 바란다”고 대답했다.

한편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도 11일 오후 동교동 사저를 방문한다. 김 전 대통령의 김한정(金漢正)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그동안 신당 문제 등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정 대표의 면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한나라당 박 대표를 면담한 만큼 정 대표도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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