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전말]金씨 한나라 당사 방문…매매과정 상세히 털어놔

  • 입력 2003년 5월 27일 0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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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26일 단독 입수한 김기호 김해국제컨트리클럽 회장의 녹취록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변 친인척의 재산형성 과정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열쇠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김씨와의 대화 녹취록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신용리 임야 8700여평의 매매 과정에 노 대통령과 친형 건평(健平)씨가 실제로 깊숙이 개입했다는 결정적 물증이라고 보고 있다. 김씨는 26일 뒤늦게 이런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지만, 녹취록 공개로 건평씨 재산형성 의혹 공방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녹취 경위=김씨는 지난해 11월 29일 한나라당사를 방문, 당시 선대위 소속 핵심 당직자 2명과 마주앉았다. 당직자들은 김씨에게 신용리 임야의 매매 과정에서 노 대통령과 형 건평씨가 개입하고 실소유주가 노 대통령 아니냐고 집중 추궁했다.

김씨는 노 대통령이 사실상 땅의 소유주이며 95년 부산시장 선거 직전 당시 시장후보로 출마하려던 노 전 의원을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계약서상 소유주로 돼 있는) 백승택씨가 경제력이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노 대통령과 건평씨가 이 땅을 명의신탁했을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핵심당직자는 “김씨가 경상도 사투리를 심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사실 확인을 위해 여러 차례 반복 질문했었다”며 “김씨가 구체적인 면담 장소와 시기 등을 밝혀 진술의 신빙성을 높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한나라당은 왜 공개를 미뤘나=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초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를 겨냥한 공세에 나섰다. 당시엔 노 후보가 경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생수공장 장수천과 경남 진영읍 여래리 땅의 매각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노 후보에 대한 잇따른 ‘네거티브’ 공세가 자칫 역풍을 부를 수 있다고 판단, 추가 폭로를 중단했었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당시 대선일이 임박하면서 네거티브 공세가 전혀 먹혀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신용리 임야 문제를 포함해 노 후보 관련 파일을 많이 확보하고 있었지만 사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 시점에 공개된 이유는=검찰이 대선전 후보간의 상호 고소 고발건 중 유독 민주당의 건평씨 관련 고발건에 대해서만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여부를 검토하자 한나라당은 바짝 긴장했다. 특히 소송 당사자로 지목된 김문수(金文洙) 의원 등은 건평씨 관련 의혹에 대한 추가 자료를 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예상되는 검찰의 기소에 맞서 정면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 지난 대선의 ‘노무현파일’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23일 김기호씨 발언의 녹취록을 만든것도 이 같은 준비 차원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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