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씨 영장 또 기각]盧-安 '동업' 청산하나

  • 입력 2003년 5월 25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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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과 여권 핵심부 사이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안씨의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2차 구속영장이 이례적으로 기각되기는 했으나, 안씨가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 청와대와 안씨측간에 미묘한 감정의 골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안희정은 ‘버린 카드’?=안씨가 검찰 수사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나라종금 자금에 대해) 노 대통령도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 양측간 위기설을 증폭시키고 있다. 안씨는 당초 노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나라종금측에서 받은 돈을 단순한 생수회사 투자비로 주장했는데도 검찰이 소환 직후부터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자신에 대한 처벌을 기정사실화하자 여권 핵심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는 특히 민주당과 안씨 주변에서 ‘청와대 실세들이 나라종금 관련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안씨를 희생시키기로 한 것 아니냐’ 등의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안씨가 검찰진술조서에 서명 날인을 거부한 것은 검찰 및 청와대 핵심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안씨가 청와대를 겨냥한 데 대해 청와대 내에서는 동정론과 함께 ‘안씨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를 계기로 노 대통령과 안씨가 사실상 결별 단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안씨가 검찰에서 ‘할 말’을 다한 만큼, 청와대도 안씨에 대해 더 이상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노 대통령과 안씨의 ‘정치적 동업’ 관계=한때 ‘좌 희정, 우 광재’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안씨는 이광재(李光宰)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함께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이었다.

안씨는 90년 3당 합당 당시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의원의 비서였으나, 김 의원을 따라가지 않고 남아 ‘노 대통령 사람’이 됐다. 안씨는 그동안 ‘노무현 캠프’의 살림꾼 역할을 해왔다.

한때 노 대통령이 자금관리의 투명화를 위해 안씨가 껄끄러워하는 인사를 ‘감사’로 앉혀 안씨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기자, 안씨는 노 대통령에게 “나를 못 믿는 것이냐”며 불쾌해 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안씨는 22일 검찰 출두에 앞서 지인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나는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의 일개 비서로 나 자신을 한정하고 싶지 않았다”며 자신의 지난 10여년이 노 대통령을 위해 궂은일을 해온 과정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안씨 등에 대해 노 대통령도 당선 이후 “나뿐만 아니라, 역사에 충성한 사람들”이라고 극찬해 왔다.

▽청와대, ‘언론보도 도 넘어섰다’ 불만=청와대에서는 대통령 핵심 측근인 안씨와 이기명(李基明) 전 후원회장에 대한 의혹이 연일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3개월밖에 안 된 정권에 대해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안씨가 연루된 사건은 정치자금법 위반이 핵심”이라며 “과거 관행상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금액의 과다를 불문하고 구속수사를 한 적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자금 수사는 불구속 수사가 관행인데도 야당과 언론이 과도하게 문제를 키워 ‘빨리 잡아넣으라’는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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