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訪美평가 뒤바뀐 여야

  • 입력 2003년 5월 18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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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보여준 대북 및 대미관의 파격적 변신이 정치권에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민주당은 걱정이 태산이다. ‘햇볕정책’ 계승을 내건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방미에 따른 ‘굴욕외교’ 논란이 20, 30대와 호남 유권자 등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당내 친노(親盧) 신당파에서는 신당 워크숍 이후 확산되고 있는 ‘신당 대세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당내의 반발 기류도 만만치 않다. “이번 방미가 대북포용정책을 후퇴시켰다”는 김근태(金槿泰) 김영환(金榮煥) 김성호(金成鎬) 의원 등의 비판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는 것.

유재건(柳在乾)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남북경제협력을 연계한 것은 햇볕정책을 전면 재수정하겠다는 것”이라며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지켜온 것을 폐기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국익을 위한 실리외교를 한 대통령의 노고를 이해하지 못하고 굴욕외교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 논평)며 진화에 나섰으나 당분간 여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오히려 노 대통령을 엄호하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의 변신이 그동안 한나라당이 주장해온 ‘당근과 채찍 병행 전략’과 비슷한 방향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외교안보관이 정당했음이 입증됐다는 판단에서다.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논평에서 “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대미 대북관의 변화에 야당도 놀랐으나 민주당 일각에서 노 대통령의 방미 활동을 극한 표현으로 험구하는 것은 정말 볼썽사납다”며 “집권 여당 의원들이 편협한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가당찮은 논리로 대통령 비난에 열을 올리는 것이 국정 발목잡기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노 대통령이 정파적 이익에 집착해 또 다시 모호한 이중성을 보인다면 온 국민과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신뢰를 잃게 될 수도 있다”며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한미간 합의내용을 착실하게 실천하라”고 주문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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