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盧대통령 이례적 환대

  • 입력 2003년 5월 15일 1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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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로즈 카펫을 깔아줬다.'

한미 정상이 15일 백악관 정원인 로즈 가든에 나란히 서서 7분 가량 공동기자회견을 가진 것을 두고 미국 언론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날 로즈 가든 회견은 예정에 없었던 것이었다. 두 정상이 소수의 배석자만 있는 단독회담을 마친 뒤 사진촬영을 위해 잠시 손을 흔들며 만찬장으로 이동하는 게 원래 계획이었다. 그러나 백악관 측은 회담 2시간 전쯤 우리 측에 공동회견을 하겠다고 통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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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웃으며 워싱턴 떠났지만…

부시 대통령은 회견 직후 10분 가량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사용했던 침실 등이 있는 2층을 직접 돌며 노 대통령에게 안내하는 의전상 극히 보기 드문 호의를 베풀기도 했다.

정상회담 실무협의 과정에서 크로포드 목장이나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의 '우정어린' 회동을 희망했으나, 미국측으로부터 "첫 만남인데 예의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답을 들었던 우리 측은 이날 백악관의 기습적인 제의에 깜짝 놀랐다. 이해성(李海成)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미국측이 작심하고 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로즈 가든 회견은 CNN 등 방송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의 옆에서 미국 국민을 향해 직접 말을 하는 기회를 가진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만찬 때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와 '(노 대통령과) 잘 맞을 것이다. 대단히 좋은 사람이다'고 말했다. 만나보니 정말로 그렇다. 내일 아버지에게 전화해 '아버지 말이 맞다'고 할 생각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1946년생으로 동갑내기이기도 하다.

만찬 말미에는 골프가 화제가 됐다. 부시 대통령이 "어떤 운동을 하느냐"고 묻자 노 대통령은 "예전에는 요트를 좀 했고, 지금은 골프를 해볼까 한다"고 답했고, 이어 부시 대통령이 "골프 실력은 어느 정도냐. 한국에 지난번에 갈 때 보니 좋은 골프장이 많은 것 같더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한국 방문을 초청하자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꼭 가보고 싶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회담장으로 들어가기 전 루스벨트 룸에서 방명록에 한글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하여'라고 썼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로즈 가든 회견에서 노 대통령을 가리켜 'an easy man to talk to'라는 표현을 썼는데, 미국측 통역이 '얘기하기 쉬운 상대'라고 통역해 어감상 이상하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에 있던 문희상(文喜相) 대통령 비서실장은 워싱턴 현지의 공보팀에 "빨리 정정하라"고 지시했고, 공보팀은 곧바로 '대화하기 편안한 상대'라고 바로잡은 번역자료를 내놨다.

워싱턴=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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