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3자회담 불참 괜찮다" TV발언]北核사태 '局外者' 자처

  • 입력 2003년 5월 2일 18시 53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일 MBC TV의 ‘100분 토론’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 미국 중국의 3자회담에 한국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힌 것에 대해 정부 안팎에서 논란이 분분하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핵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참여 문제가 회담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선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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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3자회담에 대한 ‘주도적 불참’으로 해석되는 그의 인식은 무엇보다 북핵 문제를 북한과 미국이 논의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북측 주장을 인정하는 측면이 있다. 북핵이 일차적으로 한국에 심각한 안보적 위협이 되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에 참여해야 옳다. 3자회담은 또 장차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회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이 처음부터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 대통령은 또 3자회담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이해를 관철시키면 된다”고 강조했으나 실제론 미국을 통해 한국의 의사를 회담에 반영시키거나 회담 결과를 통보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난달 25일 미국 언론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 시인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는데도 정부는 이날 저녁 3자회담을 마치고 방한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로부터 회담 내용을 듣기 전에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언론에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던 것이 단적인 예다.

또 3자회담 참여 문제를 놓고 노 대통령이 “정부 내에 이견이 있었다”고 공개한 것도 앞으로 북핵 문제에 관한 대외협상에서 외교통상부의 교섭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미국의 경우 이라크와 북핵 문제 등을 놓고 강온파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져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나는 다양한 견해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고만 말할 뿐 정부 내 이견을 인정치 않는다. 정부는 대외적으론 한 목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손발이 잘 맞지 않는다”고 밝힌 대목도 현재 이에 관해 미국과의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언급할 일은 아니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북핵 3자회담 참여에 대한 주요 당국자 발언
발언자날짜발언 내용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4월16일우리 입장은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 장소에서 논의된 사항으로 초래된 부담은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는 한국이 참여한 뒤 시작할 것임을 알려 왔다.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4월20일회담이 실질적 토의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한국과 일본이 참여해야 한다.
나종일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4월30일회담에 지장이 있거나 진전에 방해가 된다면 끼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반기문 청와대 외교보좌관5월1일다자회담에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참여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5월1일한국이 낄 수 있다는 우리 입장에 북한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5월1일3자회담에 우리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지 억지로 참여하려고 해 판을 깨선 안 된다. 나는 처음부터 참여 안해도 좋다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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