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北 핵재처리 지난달말 통보 美 3자회담 무산우려 숨겨"

  • 입력 2003년 4월 27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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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미 지난달 말 미국 국무부에 폐연료봉 재처리를 시작했다고 통보했으나 국무부는 중국 베이징(北京) 3자회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이를 다른 정부기관에 알리지 않고 비밀에 부쳐왔다고 미 주요 언론들이 27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과 워싱턴 포스트 등에 따르면 북한은 3월 31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대표부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간의 실무급 회담에서 폐연료봉 재처리 사실을 통보했다는 것. 그러나 국무부 고위관리들은 3자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무산될 것을 우려해 국방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물론 다른 정보기관에도 알리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행정부 내 강온파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그 때문에 상당수 미 관리들은 1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느닷없이 “3월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에 중간통보를 해준 바대로 8000여개의 폐연료봉들에 대한 재처리 작업까지 마지막 단계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비로소 이를 알게 됐다는 것. 더구나 당시 미 국무부는 번역과정에서의 오류라고 설명했고 상당수 언론들도 또 하나의 과장된 협박용 발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였다.

미 국무부가 3월 31일 직후 한국 정부에 이를 알려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 발표 직후 한국 정부 당국자는 “폐연료봉을 재처리할 경우 (국제사회가) 금방 알게 된다”며 “현재로선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 내용은 얘기가 안 된다. 그리고 북한이 미국에 통보를 해줬다면 (미국이) 우리 정부에 말하지 않았을 리 없는데 미국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었다.

미 행정부의 한 관리는 “정보가 신속히 공유됐다면 정보기관들이 북한 핵 시설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북한이 처음으로 재처리 사실을 알려왔는데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며 협상에서 미국의 입지를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25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관한) 정보는 고위층 레벨에서 행정부 내 다른 기관과 적절히 공유했다. 모든 기관이나 모든 사람들과 공유한 것은 아니지만 적절히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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