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무기 보유 사실일 때 美의 대응 시나리오는…

북한 핵문제의 외교적, 평화적 해결을 위해 어렵게 성사된 중국 베이징(北京) 3자회담이 예상치 못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으로 성과 없이 끝남에 따라 미국의 앞으로 대응책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일단 북한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미룬 채 북한과 중국이 밝힌 관련 주장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시인하고 미국의 핵무기 폐기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강경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북핵 위기도 회담 이전보다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법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이 취할 대응책으로는 대략 다음의 3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사실로 확인되면 미국은 이를 ‘금지선(red line)’을 넘은 것으로 간주,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나오는 분석이다. 일본 한국 대만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잇따른 핵무장을 촉발, 핵확산금지 전략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북한의 핵무장을 미국이 간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는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 중국 한국 일본이 모두 반대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 유엔을 통한 대북(對北) 경제 제재에 나선다는 것이다.

케네스 퀴노네스 미 인터내셔널센터 한반도 프로그램 담당 이사(전 미 국무부 북한 분석관)는 “북한이 석유와 식량을 중국과 한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경제 제재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경제 제재와 함께 북한 체제를 종식시키고 대량살상무기의 파괴를 목적으로 다국적 군사 작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

세 번째는 다른 나라들이 군사 작전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미국 단독으로 북한에 선제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도 반대할 것이므로 미국의 아시아 전략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고 북한의 극단적인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군사공격 계획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하면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반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로 핵 위기는 해소되지 않은 채 한반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보유 주장이 과장됐거나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부인하고 나설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을 수는 있지만 기폭장치를 개발했는지, 핵무기의 장거리 이동 수단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한 상태이다.

특히 북한의 선언이 과장된 것이라면 이는 미 강경파의 대북 군사공격 계획의 노출을 노린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또 북한이 핵 보유를 부인하면서 ‘오보(誤報)’라고 언론을 비난하고 나설 경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신뢰는 더욱 떨어져 새로운 협상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