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공기업 기관장 잇따른 사퇴…“또 낙하산인가” 술렁

  • 입력 2003년 4월 15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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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주택공사 등 정부산하 금융기관과 주요 공기업의 기관장이 최근 잇따라 사의(辭意)를 밝힘에 따라 후속인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아직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다른 국책은행이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 공기업에서도 연쇄인사가 있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최근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후임자들의 전문성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특별한 잘못이 없는 기관장을 임기 도중에 경질하는 데 대해 ‘신(新)관치 신(新)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좀 더 우세하다.

▽술렁거리는 금융기관=대표적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정건용(鄭健溶) 총재가 14일 돌연 사표를 제출하자 산은 노조는 “관치 낙하산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정 총재는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으로부터 사실상 퇴진요구를 받았음을 내비쳤다.

정 총재의 사임은 재경부 및 금융감독위원회 인사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경제부처 ‘물갈이’ 차원에서 물러난 고위 공직자들의 자리마련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신임 산은 총재에는 유지창(柳志昌) 전 금감위 부위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이영회(李永檜) 수출입은행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 행장도 정 총재와 마찬가지로 임기가 1년가량 남아있지만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 조흥 외환은행에서도 ‘돌려치기 인사’의 유탄을 맞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과거 금융감독원 정기홍(鄭基鴻) 부원장이 이들 은행 가운데 한 곳의 은행장으로 가려다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며 “새 정부 들어 낙하산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믿어도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반 공기업도 긴장=권해옥(權海玉) 주택공사 사장은 이달 12일 “새 정부에 대한 부담을 한 사람이라도 줄여야 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자발적인 퇴진이라는 형식을 갖추었지만 권 사장의 임기가 1년이나 남아있어 정치권과의 사전 협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건설교통부는 후임 사장을 공모를 통해 선발하겠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주공은 62년 창사한 이래 내부승진을 통한 사장은 한 명밖에 없어 이번에도 외부에서 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추병직(秋秉直) 전 건교부 차관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전은 강동석(姜東錫) 현 사장의 임기가 2년 이상 남아있는데도 H씨 등 정치권 인사 낙하산 인사설이 나돌고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대선 승리 전리품으로 여권 일각에서 한전 사장 자리를 노린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며 “현 사장의 임기가 보장되지 않으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주요 국책은행 및 공기업 기관장 임기 현황 (자료:각 기관)
기관대표임기만료과거 주요 경력비고
산업은행정건용2004년 4월재경부 금융정책국장사표제출
수출입은행이영회2004년 4월재경부 기획관리실장
기업은행김종창2004년 5월금감원 부원장
예금보험공사이인원2004년 12월한국선물거래소 이사장
자산관리공사연원영2005년 1월금감위 상임위원
주택공사권해옥2004년 5월자민련 부총재사의표명
토지공사김진호2004년 10월합참의장
한국전력강동석2005년 5월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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