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거짓말' 꼬리무는 의문

  • 입력 2003년 3월 28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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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른바 ‘이회창 총재 20만달러 수수설’을 폭로했던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의 27일 법정진술은 여러 면에서 석연치 않다.

설 의원은 이날 첫 공판에서 자신이 지난해 4월 ‘20만달러 수수의혹’을 폭로한 것은 당시 김현섭(金賢燮) 청와대정무기획비서관의 제보와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혔다. 김 비서관이 ‘(로비스트 최규선씨와 가까운)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부터 들었다’며 자료를 보내와 폭로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설 의원은 첫 폭로 이후 반년이 지난 지난해 10월까지도 “나는 지금까지도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마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확인’한 것처럼 말했었다.

28일 기자가 설 의원에게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그의 보좌관은 “법정진술 이외엔 별로 할 말이 없다”고만 말했다.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이회창 후보는 국민 앞에 사과하라”며 연일 맹공격을 퍼부었던 민주당 역시 이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최규선씨로부터 돈을 받아 이회창 전 총재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윤여준(尹汝雋) 의원은 이날 “청와대측 당사자로 지목된 김현섭 전 정무기획비서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부인하지 않았다”며 “설 의원은 정계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폭로 직후 설 의원이 “최종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발생한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만큼 의원직 사퇴 및 정계은퇴로 책임을 지라는 얘기였다.

당시 설 의원은 폭로 이후 거의 매일 민주당사와 자택에서 기자들을 만나 “증거 테이프의 보관자와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안 나왔다. 미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설 의원 측근들은 “제보자는 두 사람이고, A가 테이프를 소지한 B를 설 의원에게 연결시켜 주었다”며 구체적인 정황까지 곁들였다.

‘김희완 전 정무부시장의 얘기를 전해들은 김현섭 전 비서관의 제보’였다는 설 의원의 법정 진술과는 전혀 다른 주장들이었다. 물론 김 전 비서관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뒤 설 의원이 추가 확인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또 다른 제보자들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설 의원은 더 이상 얘기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설 의원의 ‘침묵’의 배경에는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정치공작’이 있다고 믿고 있다. 동교동계 가신 출신으로 실세였던 설 의원이 청와대 비서관의 ‘단지 전해들은 얘기’만 가지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그처럼 메가톤급 폭로전을 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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