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평검사 토론회]검찰人事 어떻게 되나

  • 입력 2003년 3월 9일 2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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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평검사들의 ‘선(先) 제도개선, 후(後) 검찰 인사’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함에 따라 검찰 인사는 당초 예정대로 10일경 단행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9일 정부중앙청사에서 가진 ‘평검사들과의 대화’에서 “다음부터는 제도를 바꾼 뒤 할 테니 이번엔 믿고 따라달라”며 검찰 인사를 당초 계획대로 강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현 검찰 수뇌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언급, 검찰 간부들에 대한 큰 규모의 물갈이 인사를 예고했다. 이번 인사에서 버틴다 하더라도 사시 16회 이전 기의 검찰 간부 27명 가운데 20명가량은 가급적 빠른 시기에 검찰을 떠나 달라는 주문을 사실상 공식화한 셈이다.

이날 토론에서는 평검사들이 이번 인사가 “밀실 인사, 독재정권 때와 같은 방식의 인사”라며 공세를 펴고 나오자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이 인선 과정을 자세히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강 장관은 “법무부 검찰국장에게서 인사자료를 받았다”며 “그러나 인사 파일엔 학력과 경력, 고향 등만 기재돼 있을 뿐 어떤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혹시 잘못은 없었는지 등 업무에 대한 공적사항은 전혀 기록돼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 장관은 이어 “오로지 상급자의 평가등급 A, B, C만 있는 상태에서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법무부 차관에게 인사 초안을 만들어 보라고 했으나 차관은 이는 장관이 할 일이라고 거절했다”고 털어놓았다.강 장관은 또 “13일 저녁 김각영(金珏泳) 검찰총장과 시내 모처에서 만나 1시간반가량 인사안에 대해 협의했는데 김 총장이 고검장 승진자로 천거한 사람 가운데는 고문치사로 책임져야 할 인사와 이용호 게이트, 옷로비 사건 등에 개입한 검사 등이 포함돼 있어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다”며 “따라서 부장검사와 평검사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수십명으로부터 의견을 듣고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이 고검장 승진자로 천거한 인사는 사시 14회의 K지검장과 K고검차장, 사시 15회의 K지검장과 P법무부 국장 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강 장관은 이와 함께 “개인적으로 조언을 준 검사들이 모두 도와준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이 곤란해진다고 해 조언자를 밝힐 수 없다”며 “대통령께 인사안을 보고했더니 개혁적인 안이라고 평가해 이날 오전 이 사실을 김 총장에게 통보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도 이날 “정상명(鄭相明·법무부 기획관리실장·사시 17회로 동기생) 검사를 법무차관으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건의가 있어 가슴이 뜨끔했다”며 “‘여러 가지로 미안합니다. 앞으로 잘 좀 도와주십쇼’라고 몇 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노 대통령이 검찰 수뇌부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낸 것과 관련, 대검의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은 숙의를 거듭하며 사태의 추이를 살피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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