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北송금루트 조사 문제없다" VS 한나라 "거론가치 없어"

  • 입력 2003년 3월 5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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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5일 대북 비밀송금 사건 특별검사법과 관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미 대북 송금 루트를 조사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며 특검법을 원안대로 공포, 실시해야 한다고 여권을 압박했다.

반면 민주당은 노 대통령이 전날 제안한 ‘국외(國外) 부분의 수사 제외’라는 중재안을 한나라당측이 일축한 것을 맹비난하며 특검 반대의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한나라당=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어제(4일) 저녁 KBS 창사기념 리셉션에서 만났을 때 ‘(대북) 송금루트는 (조사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박 대행이 당시 노 대통령에게 “수사를 국내 부분에 국한하면 특검을 하지 말자는 것인데, 송금루트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노 대통령은 송금 루트 수사는 가능함을 밝혔다는 것.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특검 수사범위를 국내로 제한하자는 여권의 논리가 군색함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라며 “사실상 특검법의 재협상은 무의미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 대행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통과된 특검법은 민주당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수정안까지 낸 것으로 더 이상 물러날 땅도 얘기할 것도 없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실제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한결같이 “노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재협상 요구는 청와대와 민주당 신주류가 구주류를 달래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게 한나라당의 인식이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새 정부 출범초기부터 여야가 강경 대치하는 모습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여권과의 대화채널은 열어놓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핵심당직자가 민주당의 요청으로 민주당측 핵심당직자를 4일 시내 모처에서 만난 데 이어 조만간 청와대측과도 회동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김원기(金元基) 고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이 정치를 허물없이 하려면 여야가 만나서 대화를 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또 한나라당 박 대행이 “여야 총무회담에서 민주당측이 ‘DJ 불기소’를 요청해 왔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전직 대통령을 끌어들여 지역감정을 부추기기 위한 정략”이라고 발끈했다.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우리당의 누구도 김 전 대통령의 처벌을 면하게 해달라거나 불기소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고,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제발 퇴임한 대통령을 악용해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식의 정치는 그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측이 ‘DJ 불기소 협상설’을 강력 부인하는 것은 특검 수용을 전제로 한 법안 수정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표면상 ‘특검 반대’ 당론을 고수하는 가운데도 청와대와 신주류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이 여야 중진회담을 제안하고 한나라당을 찾아가겠다는 것은 특검법 수정을 담판하자는 것이지, 특검은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하려는 것은 아니다”며 물밑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중재’ 시도가 무위로 돌아갈 경우 거부권 행사와 특검 전면 수용이라는 양 극단 사이에서 노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이 큰 거부권 행사를 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결국 특검 수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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