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희상 의원직 사퇴 왜 미루나 "補選때문에…"

  • 입력 2003년 3월 3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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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도 본전밖에 안 되는데….”

여권이 4월24일 치르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소극적 방어전략으로 나오고 있다. 문희상(文喜相·사진) 대통령비서실장의 의원직 사퇴서 처리를 4월로 미루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문 실장의 사퇴서를 3월 말까지 처리하면 그의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에서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자칫 노무현(盧武鉉) 정권 출범 후 첫 선거에서, 그것도 대통령비서실장 지역구에서 패배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15대 총선 때 문 실장을 꺾은 적이 있는 한나라당 홍문종(洪文鐘) 전 의원에 맞설 만한 마땅한 주자도 없는 데다 의정부가 접경지역이어서 대북 비밀송금 파문이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많다.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의정부시 인구가 38만명에 육박해 내년 총선에서는 분구(分區)될 가능성이 높고 지난해 6·13 지방선거와 대선을 치른 데다 내년 총선까지 있는데 그 전에 보궐선거까지 치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사실상 보궐선거를 하지 않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원혜영(元惠榮) 부천시장의 입각이 무산된 결정적 이유도 보궐선거의 부담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는 경기 고양 덕양갑에 후보를 낼지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지역에는 개혁국민정당 유시민(柳時敏)씨가 도전장을 낸 상태. 신주류측은 개혁국민정당이 대선 때 도와준 만큼 이번엔 민주당이 후보를 안내는 게 좋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연합공천’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덕양갑 공천 문제는 의원총회나 당무위원회의 같은 공식기구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토론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맞다”며 슬그머니 공천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한나라당은 3일 문 실장의 의원직 겸직 논란에 대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실장이 민주당에 사퇴서를 냈다는데 국회의원이 사표를 내는 곳은 국회이지 정당이 아니다”며 “예전에 박관용(朴寬用)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 때도 의원직을 그만뒀다”고 따졌다.

박종희(朴鍾熙) 대변인도 “비서실장의 의원겸직을 금지하는 법규정은 없지만 비서실장의 의원직 사퇴는 그동안 관례였다”며 “문 실장이 의원직 사임을 하지 않는 것은 지역구에서 보궐선거를 피해보려는 얕은 술수”라고 비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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