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육로관광 르포]“1시간 버스길 50년 돌아왔네”

  • 입력 2003년 2월 16일 18시 48분


금강산 육로 시범관광 이후 금강산관광특구의 분위기가 전보다 부드러워지고 있다. 얼어붙은 구룡연 폭포 앞에서 북측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있는 관광객들. -금강산=박영대기자
금강산 육로 시범관광 이후 금강산관광특구의 분위기가 전보다 부드러워지고 있다. 얼어붙은 구룡연 폭포 앞에서 북측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있는 관광객들. -금강산=박영대기자
“이렇게 편할 수가, 이렇게 가까울 수가….”

금강산 육로관광 시범관광단을 태운 21대의 버스가 분단 50년 만에 남북으로 뚫린 동해선 임시도로를 편하게 달렸다. 1차로 넓이의 좁은 흙길이었지만 노면은 아스팔트 못지 않게 평탄했다. 한 관광객은 “지뢰와 철조망을 걷어낸 자리에 통일의 염원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50년 만에 공개되는 비무장지대(DMZ)의 생경한 모습은 그 자체가 관광상품이 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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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의 돌산, 곳곳에 널린 호전적인 군사 격문, 무뚝뚝하지만 순진한 청년의 얼굴을 한 북한 군인…. 차창 밖에 펼쳐진 DMZ의 풍광에 관광객들의 시선은 떨어질 줄 몰랐다. 관광객들이 바깥 풍경을 음미하도록 배려하는 듯 버스는 시속 20㎞ 정도로 천천히 달렸다.


14일 북측 취주악대원들이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휴게소에서 남측시범관광단의 금강산 방문을 환영하는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14일 낮 12시50분 강원 고성군 임시남북출입관리연락사무소(CIQ)를 출발한 버스는 18분만에 군사분계선(MDL)에 도착했다. 3개의 철책으로 촘촘히 세워진 남방한계선 통문에서 불과 1.2㎞ 떨어져 있었다. 군사분계선은 의외로 단출했다. 빨간색과 흰색을 번갈아 칠한 나무막대를 세워 이곳이 남과 북의 경계임을 알려줄 뿐이다. 이곳에서 300m만 올라가면 북측의 철조망이 세워져 있다.

북방한계선에서 펼쳐진 북측의 환영행사는 여성 취주악대의 경쾌한 연주로 시작됐다. 평양시 소속 ‘청년여성취주악단’은 ‘반갑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을 연주하며 50년만의 육로 개통을 축하했다. 그때 북한 군인이 버스에 올라왔다. 북쪽에 통보된 인원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현대아산 직원이 설명했다.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건네자 무뚝뚝하게 ‘예’ 하고 대답했다. ‘수고하십시오’라는 인사말엔 ‘수고하십시오’라고 응답했다.


14일 금강산 온정리 문화회관에서 열린 금강산 육로관광기념식에서 도올 선생이 축시를 낭송하고 있다.

DMZ에 펼쳐진 북녘의 산하는 한겨울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자체였다.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이거나 돌산이었다. 동해선 철도와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나무를 자른 벌판엔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버스 오른쪽으로 푸른빛의 동해가 넘실댔다. 운이 좋으면 속초항을 출발해 고성항으로 가는 설봉호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임시도로 오른쪽엔 2차로 본도로가 공사 중이고, 본도로가 완공되면 임시도로엔 철로가 놓인다. DMZ 공사현장엔 ‘현대’ 로고가 새겨진 트럭과 트랙터 등 중장비가 즐비했다. 버스가 금강산 길목에 있는 구음리, 봉하리 마을을 지나갈 때는 아이들이 나와 손을 흔들었다. 마을 입구엔 혁명 구호가 선명했다. 땔감을 등에 지고 눈 덮인 마을로 들어서는 북한 주민의 모습도 시선을 끌었다.

통일전망대에 설치된 남측 CIQ에서 DMZ를 거쳐 고성항의 북측 CIQ에 이르는 거리는 총 29.2㎞. 버스로 내달린 시간은 고작 1시간20분이었다. 이날을 위해 50년을 기다렸던가….

북측 CIQ에서 만난 세관원은 기자에게 “남측에선 이번 육로관광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냐”고 물은 뒤 “남쪽 손님이 많이 오시면 좋겠다”며 씩 웃었다.

금강산=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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