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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22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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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라는 복면을 쓴 익명의 폭력이 추세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게 당장의 피해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앞으로 제4, 제5의 살생부가 유포될 가능성이 있고, 더 나아가 사회적 갈등이 있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입장이나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비방하고 매도하는 ‘인터넷무고’나 ‘인터넷선동’이 횡행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해서다. ‘인터넷문화혁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그것은 재앙이다. 누가 언제 어떻게 피해를 볼지 모르는 상황에선 국민 모두가 잠재적 피해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철저한 추적으로 얼굴 없는 ‘저격수들’을 색출해 경각심을 안겨줘야 모방범죄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검찰과 경찰은 일벌백계의 자세로 잇단 살생부의 작성자와 작성 경위를 밝혀내야 한다. 20대 공원이 자복한 민주당 살생부의 작성 경위도 한번쯤 더 면밀히 살펴보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정치권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정치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혐오를 담은 살생부가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 자체가 정치에 대한 지독한 야유일 수도 있음을 되돌아봐야 한다. 정체불명의 문건 때문에 정치권이 전례없이 ‘성명미상의 네티즌’을 상대로 검찰에 고발키로 하는 법석을 떤 것 또한 스스로 ‘제 발 저린’ 대목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아울러 정치인의 정치적 생명은 궁극적으로 유권자에게 달려있는데, 선거 기여도에 따라 충역(忠逆)을 가르는 정치풍토는 정말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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