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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17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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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자신이 ‘역적’으로 몰린 데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화합의 정치를 지향하는 마당에 이 같은 편가르기가 당내 분열을 조장시켜 결국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냈다.
정 총무는 이날 오전 교통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많이 한 사람도 있고 소극적으로 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한 후 “그러나 그걸 가려서 그런 걸(살생부) 만들었다는 것은 어린애 같은 철부지 행위이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가 1100만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그들을 적으로 규정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국회 정보위 대표단으로 유럽 정보기관을 방문 중인 박 최고위원측은 “이번 선거의 최대 승인인 후보단일화 방안을 제시하고 양측을 설득해 단일화를 성사시킨 박 최고위원을 역적으로 모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며 “공안검사 출신이라는 등 허위 사실까지 적혀있는 걸 보면 사실 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글이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박쥐처럼 숨어서 인터넷에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은 정보화를 이용한 비겁한 행위로 당과 일부 의원을 음해할 목적이 분명하다”며 “당이 똘똘 뭉쳐도 어려운 여소야대 정국에서 이처럼 당과 의원들을 분열시키는 것은 해당행위다”고 비난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11월 중순 노무현(盧武鉉) 당시 후보에 의해 조직특보로 임명된 후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온 것을 김원기(金元基) 고문이나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 등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며 “감정적인 편견이 확연히 드러난 글이다”고 말했다.
‘역적’으로 지목된 이훈평(李訓平) 의원도 “정정당당하게 이름을 밝히고 이런 글을 올린다면 공개적인 토론에라도 응할 뜻이 있다”며 “‘살생부’ 작성자는 가면을 벗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승패를 떠나 선거가 끝나면 서로 격려하는 것이 정치판의 관례였는데 승리한 정당에서 이 같은 분열 조장 행위는 난생 처음 본다”며 “가뜩이나 소수정권인데 이래서야 어떻게 국정을 제대로 운영해 나갈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는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는 없고 당 윤리위원장으로서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노 당선자도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비롯된 일인 만큼 이 문제를 정리하는 발언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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