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권 완전독립 추진…“검찰 지휘 안받겠다”

  • 입력 2003년 1월 10일 19시 14분


경찰청은 사법경찰관이 검사와 동등한 자격으로 수사할 수 있는 ‘수사권 독립’ 방안을 내부적으로 마련했으며 이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10일 “검찰과 경찰은 현재의 수사지휘 관계를 다시 설정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수사상 동등한 신분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검찰이 경찰을 규제하고 있는 여러 가지 조항을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것도 불가피하다”며 “동등한 수사권을 갖는 데 반대할 검찰의 논리에 맞대응할 논리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15일 이 같은 방안을 인수위 보고 때 건의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수사권 독립과 관련해 ‘수사권의 주체는 검사’로 규정된 형사소송법 195조를 ‘수사권의 주체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으로 개정할 것을 건의할 예정이다. 또 수사지휘에 관한 규정인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한다’(형소법 196조, 검찰청법 53조)는 조항을 ‘검경은 상호 협조 보완관계로 수사한다’로 바꿔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수사에서 동등한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건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찰청은 일본의 경우처럼 검찰이 갖고 있는 영장청구권, 수사종결권, 독자기소권 등은 요구하지 않을 방침이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발전전략팀(팀장 장희곤·蔣熙坤 총경)을 구성해 6개월간 수사권 독립을 포함한 경찰 조직 및 운영에 관한 개선전략을 연구해 왔다.

검경의 수사상 신분이 동등해질 경우 ‘경찰의 수사사무 및 정보보고 의무’(사법경찰관 집무규칙 11, 12조)는 자동 폐기되며 ‘사법경찰관의 복종 의무’(검찰청법 53조) 등도 사문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이미 수사권 독립에 대비, 사법경찰관과 행정경찰관을 분리해 수사전문성을 강화하는 세부적인 실천 방안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사 간부에 대해서는 독립된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면서 “독일과 프랑스 등 선진 법률국가에서 검찰제도를 만든 취지도 수사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법률가 단체에 지휘감독 권한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의 한 검사도 “경찰이 검찰과 동등한 입장에서 수사권을 갖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으며 사실상 검찰의 실질적인 지휘통제를 받고 있다”면서 “경찰이 수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경우 인권침해 등 부작용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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