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비외교적 대응 검토"

  • 입력 2002년 12월 23일 18시 18분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은 두 개의 지역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국방부에서 열린 송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폐연료봉 저장시설과 핵재처리시설 봉인 제거와 관련한 질문에 이같이 답하고 “북한이 세계가 이라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을 이용해 대담한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지금의 상황은 (북한 핵 위기가 빚어진)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와는 다르다”면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내부적으로 집중적인 논의를 벌이고 있으며 이해 당사국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에 대해서는 10년간의 외교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 군사적 제재를 검토하고 있지만 북한의 위협은 비교적 최근에 제기된 것이며 미국과 이해 당사국들이 북한과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뉴욕 타임스는 23일 미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북한이 핵무기 제조에 점점 더 근접할 경우 ‘비외교적’ 대응을 검토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고위관리는 “지금까지는 아무도 대북(對北) 경제제재나 봉쇄 같은 더 강력한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으나 대결 국면이 격화되면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루이스 핀터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이번 결정으로 한층 중대한 결과가 초래됐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동결된 핵시설을 재가동하지 않기를 촉구한다”며 “핵시설 재가동은 국제사회의 합의에 정면 도전하는 것으로 북한은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고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봉인 제거를 제네바 합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북한에 항의할 방침이라고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이 22일 밝혔다. 외무성은 이에 따라 주 베이징(北京) 일본대사관을 통해 북한에 항의의 뜻을 전하기로 했다.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의 봉인을 제거하고 감시카메라 작동을 방해한 데 대해 일부 미국 중진 의원들은 22일 미국으로서는 현재 북한이 이라크보다 더 큰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폭스 TV의 ‘폭스 뉴스 선데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의 최근 조치들에 대해 “지금 이 순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보다 미국의 이익에 즉각적으로 더 큰 위험”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상원 외교위원장을 맡게 될 리처드 루가 공화당 의원도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미 정부는 한국 북한 일본 등과 대화해야 하며 이 문제에 깊숙이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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