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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20일 0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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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투표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서울 도심의 길가에는 택시 승객이 없을 정도로 한산했던 반면, 서울의 아파트촌은 TV를 시청하는 가정이 많아 불 꺼진 곳을 찾기 힘들었다.
아파트촌 주차장은 일찍 귀가한 주민들이 많아 저녁 일찍부터 2중 주차를 해야할 정도로 복잡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주부 강경애씨(56)는 저녁식사 준비를 하면서 TV중계방송을 볼 수 없게 되자 주방에 라디오를 켜놓고 개표 방송을 들었다.
강씨는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이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아 개표 진행상황을 한순간도 놓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회사원 조건호씨(56)는 “정몽준 대표가 노무현 후보와의 공조를 깨서 당연히 이회창 후보가 당선될 줄 알았는데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노 후보가 당선되는 것으로 나와 놀랐다”며 “개표가 50% 이상 진행될 때까지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조윤희씨(26)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며 “내가 찍은 사람이 꼭 당선되길 바라는 마음이 이번처럼 간절했던 적은 없었다”며 “애착을 갖고 보는 만큼 결과를 지켜보는 마음은 더욱 떨렸다”고 말했다.
특히 오후 8시반을 전후해 양 후보의 득표수가 역전된 뒤부터는 ‘숨 넘어가는 소리’만 들릴 정도였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함께 TV를 시청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아파트 주민 김준홍씨(42)는 “인근 할인마트에서 미리 육포와 훈제닭고기 등을 사서 개표를 지켜봤다”며 “표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서 월드컵 때보다 긴장감이 더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에 사는 이윤성씨(54·사업)는 “아들딸과 지지후보가 갈려 각자 표정관리를 하느라 애먹었다”고 말했다.
이날 아파트 주민들은 대부분 개표 방송이 시작되기 전 음식을 배달해 놓고 시청에 열을 올렸다.
도로에 차가 다니지 않는 데다 아파트촌 인근 상점가는 일찍 철수하는 곳이 많아 ‘명절 기간’을 연상케 했다.
강남구 대치동 ‘칸지고고’ 중식당 최지원 대표는 “오후 6시 전에 인근 개나리, 진달래아파트 단지에서 자장면이나 볶음밥류를 테이크아웃 해 간 가정이 평소에 비해 3배가량 늘었다”면서 “그러나 오후 9시 이후 찾아오는 손님은 거의 없어 평소보다 1시간가량 일찍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