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하루전 李-盧후보

  • 입력 2002년 12월 19일 01시 12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대선을 하루 앞둔 18일 서울과 수도권지역에서 유세 강행군을 하며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이 후보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20개 유세일정을 소화했고, 노 후보도 16회나 거리유세를 했다. 후보뿐만 아니라 부인과 당직자들도 마지막까지 찬조유세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날 밤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의 노 후보 지지철회 선언은 두 후보측의 유세 분위기를 일거에 바꿔놓았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서울 경기 인천지역 거리유세를 통해 “내일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을 심판하는 날”이라며 “여러분이 투표하는 것은 이회창을 뽑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가는 곳마다 무능과 부정부패로 점철된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를 비판하며 ‘정권교체의 당위성’과 ‘안정’을 역설했다. 또 “북한의 핵개발이 두려워 돈을 계속 주자고 하는 사람이야말로 ‘전쟁론자’다”며 노 후보를 겨냥했다.

이 후보는 서울 신촌 거리유세에서 “서울을 옮기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 서울의 서민들이 고통을 겪게 된다”고 지적한 뒤 “이 정권에 있는 사람이라도 양심있고 능력있는 인물이라면 등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상도동 청운보육원에서 60여명의 어린이들과 아침식사를 함께 한 뒤 영등포구청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지하철을 이용해 여의도 당사로 출근하는 등 ‘서민과 함께 하는 대통령상’을 강조했다.

서청원(徐淸源) 선대위원장은 수도권 10곳에서 릴레이 유세를 벌인 뒤 이날 오후 명동에서 이 후보와 합류해 공동유세를 벌였다.

이 후보 부인 한인옥(韓仁玉)씨는 부산의 새벽시장을 들른 뒤 충남 논산 보령 대천 서산, 경기 안양을 거쳐 서울 명동에서 이 후보와 합류하는 등 막판까지 내조유세를 벌였다.

한편 이날 밤 10시경 서울 동대문시장 유세 도중 정몽준 대표의 노 후보 지지철회 선언 소식을 접하고는 이 후보를 비롯한 유세단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 후보측은 “노-정 간에 밀약이 있었다는 우리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반색하면서도 “마지막까지 긴장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18일 밤까지 서울 지역에서만 10여차례의 릴레이 유세를 벌이는 등 막판 강행군을 펼쳤다.

그러나 종로유세 발언 파문으로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전격적으로 지지 철회를 선언한 뒤 중도에 유세를 중단하고 긴급히 당사에 들렀다가 정대철(鄭大哲) 선대위원장 등과 향후 대책을 논의한 뒤 정 대표 집으로 향했다.

노 후보는 이에 앞서 용산전자상가 앞 거리유세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대북 현금지원을 끊자고 하는데 그러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남북 대화도 끊긴다. 이 후보는 뭘 잘 모르는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여론 조사를 보니 내가 이긴다더라” “유권자 1명이 100표씩만 모아달라”며 부동층의 마음을 잡기 위해 애썼다. 당선되면 서울을 동북아 시대를 이끌 수 있는 ‘아시아의 뉴욕’으로 만들겠다는 약속도 했다.

미아사거리 현대백화점 앞 거리유세에서는 “국민이 4·19, 6·10항쟁에서도 한이 덜 풀렸는지 지금 나에게 67억원의 성금을 모아주며 정치 혁명을 주문하고 있다”며 “60%를 넘는 압도적인 지지로 강력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노 후보는 이어 명동 입구, 종로 제일은행 본점 앞에서 정 대표와 가진 공동 유세에서 “21세기는 노무현과 정몽준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정 대표와 함께 월드컵의 감동을 이어받아 ‘정치 4강’을 이루어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 후보 부인 권양숙(權良淑) 씨와 정 대표 부인 김영명(金寧明)씨는 이날 오후부터 함께 부산 동래시장 등을 돌며 “부산이 바뀌어야 나라가 바뀐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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