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美감정, 대통령과 총리의 시각차

  • 입력 2002년 12월 10일 19시 07분


10일 국무회의에서는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과 관련한 반미(反美) 감정 문제에 대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석수(金碩洙) 국무총리가 각기 다른 각도에서 의견을 개진해 눈길을 끌었다.

김 대통령은 “이번에 시위 주최자들이 얘기하고 또 인터넷으로 주장하는 것을 보면 어디까지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과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으로, 반미나 미군철수 주장과는 분리해서 행동을 취하고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번 시위가 여러 가지 위험한 사태 없이, 원만하고 질서 있게 끝난 데 대해 이성을 가지고 시위를 통제해 준 주최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최근의 반미나 주한미군철수 주장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뜻으로 들렸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들은 “시민의식이 굉장히 성숙돼 있다. 네티즌 한사람이 촛불 시위를 제안하자 4000∼5000명이 모여서 평화시위를 하는데, 몇몇 극렬 학생들이 미 대사관으로 움직이려 했지만 전혀 호응을 받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총리의 견해는 이와는 다른 듯하다. 김 총리는 “여중생 사건에 대한 무죄평결을 계기로 반미정서가 확산되고 일부에서 미군철수까지 주장하는 등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나아가 “정부로서는 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등 반미정서의 진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반미 정서의 치유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각부처 장차관은 각계 지도층 인사들이 적극 나서서 국민을 설득하도록 요청하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김 총리는 또 이날 이상훈(李相薰) 재향군인회장 등 군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평화적 시위는 보장하겠지만 불법 시위는 단호하게 처리하겠다”며 “이번 시위가 반미나 미군철수요구로 확산되지 않도록 신중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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