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對 노무현]<5>교우-가족 관계

  • 입력 2002년 12월 10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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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후보▼

“회창이는 마음 씀씀이가 따뜻한 친구예요. 어쩌다가 ‘차가운 사람’으로 알려졌는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친구들은 그의 이미지가 잘못 알려져 있다며 한결같이 안타까워했다.

위 부터 이상복, 배도, 오성환, 박우동씨

이 후보의 중고교 동창으로 50년 지기인 효성그룹 배도 고문의 회고.

이 후보는 한국전쟁 중 부산 피란시절 친구들에게 ‘집에서 쌀을 한 바가지씩 퍼오자’는 제안을 했다. 폭격으로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친구를 돕자는 얘기에 친구들도 망설이지 않고 동참했다. 이 후보는 며칠 뒤 쌀 두말을 친구들과 나눠 메고 친구 집을 방문했다.

당시 도움을 받았던 이상복 박사(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10일 “아직도 그때 일을 잊을 수 없다”며 “나중에 친구들과는 ‘쌀 이야기’를 몇 번 나눴지만 회창이는 ‘기억이 안 난다’며 화제를 돌릴 뿐 생색을 내지 않았다. 참으로 속 깊은 친구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교우관계는 ‘깊게 사귀기’형이다. 검사였던 부친을 따라 광주 서석초등학교, 순천 남초등학교, 청주중, 경기중고교를 옮겨다닌 탓이다. 이 후보는 저서 ‘아름다운 원칙’에서 “어릴 때는 빠른 시간 안에 친구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다”고 술회했다.

서석초교 5학년 때 짝이었던 장봉섭씨는 “회창이는 성격은 다소 급했지만 책임감이 강했던 ‘키 작은 아이’란 기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90년대 초 동창생의 민사소송을 맡으면서 장씨 등 서석초교 친구들과 재회, 요즘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경기중고교 동창들은 이 후보를 강단이 있지만, 감수성도 예민한 친구로 기억하고 있다. 배도 고문은 “(이 후보는) 조용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논리정연했고 감정의 낭비가 없었다”고 말했다. 고교 동창인 서병국씨는 “어쩌다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꼭 감은 채 푸치니의 오페라 몇 소절을 부르곤 했다”며 이 후보의 ‘낯선 면모’를 기억해 냈다. 고교 동창인 박우동 오성환 전 대법관도 50년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이 후보의 집안은 명문가라는 표현에 걸맞게 화려하다.

10월 말 작고한 부친 이홍규 옹은 광주지검장을 지냈다. 큰형 회정씨는 삼성서울병원 병리학과장이고 동생 회성씨는 10여년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냈으며, 막내 동생 회경씨는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외삼촌 3명이 ‘3형제 국회의원’ 기록을 갖고 있다. 장인 한성수씨는 대법관을 지냈고, 처남 대연씨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세연씨는 서울대 치대 교수.

이 후보와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온 서정우 후보법률고문은 “이 후보 집안식구들 대부분이 전문직으로 성공했지만, 이 후보는 한국전쟁 당시 소년가장으로 어려운 생활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서민의 어려움도 잘 안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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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후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가장 친한 친구’로 주저 없이 부산의 문재인(文在寅·49) 변호사를 꼽는다.

문 변호사는 노 후보(56)보다 7세 아래. 사법시험(22회)도 노 후보(17회)보다 5회나 아래다. 노 후보와 지연이나 학연도 없다.

노 후보는 문 변호사가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했다는 전력 때문에 임관이 좌절된 사실을 우연히 알고 ‘함께 일하자’고 권했고 그 후 두 사람은 부산지역 재야 민주화운동과 인권변호사 활동을 함께 하며 ‘평생 동지’의 연을 맺는다.

문 변호사는 “노 후보는 나이나 개인적 인연을 따지며 사람을 사귀기보다는 뜻을 같이 하는 동지애적 관계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위부터 문재인, 원혜영, 김병준, 문성근씨

부산상고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노 후보는 친구 가운데 사법연수원 동기생이 특히 많다. 당시 나이 순으로 연수원생 번호를 매겼는데 14번인 노 후보부터 21번까지 8명이 ‘사시 17회 8인 모임’을 만들어 서울 중구 무교동 소줏집 등을 누비며 토론을 벌이곤 했다.

이 모임은 지금도 순수한 친목회 성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멤버는 법무법인 화백의 강보현(康寶鉉) 변호사, 대검 수사기획관을 지낸 이종왕(李鍾旺) 변호사 외에 현직 검사 2명, 판사 2명, 헌법재판소 연구관 1명 등이다.

특히 1980∼82년 부산지법에 근무하면서 노 후보가 ‘인권변호사’로 변신하는 과정을 지켜본 강 변호사는 “노 후보와는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의 부산상고 53회 동기생 중에는 경남 창원에 사는 ㈜센트랄 강태용(姜泰龍) 사장, 해직기자 출신인 이상익(李相益) 부산MBC 이사 등이 있다.

93년 노 후보가 설립한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 동고동락했던 인물들은 정치적인 동지다. 정책자문단 단장인 김병준(金秉準) 국민대 교수, 원혜영(元惠榮) 부천시장, 백재현(白在鉉) 광명시장, 김병량(金炳亮) 전 성남시장 등이 그들이다. 방송작가 이기명(李基明)씨는 노 후보 후원회를 15년째 이끌고 있는 ‘영원한 후원회장’.

‘옷 로비 특별검사’ 출신 최병모(崔炳模) 변호사, 정진수(鄭鎭守) 성균관대 예술학부 교수, 이장호(李長鎬) 영화감독, 영화배우 문성근(文盛瑾) 명계남(明桂男)씨 등은 2000년 총선 때 자원봉사로 선거를 도운 이래 노 후보를 후원하고 있다.

한편 노 후보의 친인척은 농부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다. 처남 기문(奇文)씨가 은행 지점장으로, 노 후보를 빼고는 친인척을 합쳐 가장 ‘출세’한 인물.

노 후보 부인 권양숙(權良淑)씨는 “우리 친척은 많지도 않고 모두 평범한 서민”이라며 “(권력형 비리 같은) 일을 감히 저지르지도 못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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