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철새 도래지냐"

  • 입력 2002년 11월 6일 18시 27분


‘대세론을 확산시켜야 하나, 역풍(逆風)을 경계해야 하나.’

한나라당이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민주당과 자민련 탈당 의원의 영입을 놓고 ‘철새논쟁’이 당내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고위선거대책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서청원(徐淸源) 대표 등은 “‘이회창(李會昌) 대세론’ 확산을 위해 현역 의원 영입을 멈출 수 없다”며 강경론을 편 반면 이부영(李富榮) 선대위 부위원장은 “서두를 경우 역풍이 분다. 차라리 대선 이후로 영입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현재 민주당 탈당파 중 한나라당 입당이 유력한 대상은 3∼5명 정도. 서울의 K, 경기의K와 또 다른 K, L과 또 다른 L 의원이 거명되고 있다.

한 핵심당직자는 “자민련 지역구 의원은 당초 7명의 입당을 목표로 영입이 추진됐으나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세게 버티는 바람에 4, 5명 선으로 줄어들었다”고 귀띔했다.

당 지도부는 현재 정기국회가 끝나는 8일 직후로 ‘D데이’를 잡고 있으나 구체적인 시기나 영입 규모에 대해선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일각에선 이번 주말에 강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기국회 후 상황을 지켜본 뒤 다음주 초에 결행해도 괜찮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탈당 의원 가운데서도 ‘때묻은’ 이미지를 주는 일부 인사들의 영입에 대해서는 해당지역구의 원외위원장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초재선 의원들까지 가세해 강력히 반대하고있다.

경기도의 한 원외위원장은 “기회주의적인 정치인들을 받아들여 당이 정체성 혼란을 겪을 경우 수도권에서 오히려 표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의 고진화(高鎭和·영등포 갑) 위원장은 “철새들의 입당을 반대한다”는 공개성명서까지 돌렸다.

이들은 6일 권역별로 잇따라 모임을 갖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한 뒤 당 지도부에 ‘영입 반대’ 의사를 비공개리에 전달했으며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집단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철새 정치인’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은 만큼 당내 반발이 계속되면 영입작업이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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