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개발계획 파문]EU "北경수로 전면 재검토"

  • 입력 2002년 10월 18일 18시 44분


북한의 핵무기 개발 계획 시인에 대해 각국 정부와 언론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8일 “북한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동결하기로 한 1994년 제네바 합의와 같은 국제적 합의를 따르지 않는다면 북-일 국교정상화는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일본은 이달 말 재개되는 북-일 수교 교섭에서 북핵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의 무력사용에 의한 사태 해결에 반대하고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했다고 CNN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미국 또한 북핵 문제가 또 다른 위기로 발전하기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7일(현지시간) 정태익(鄭泰翼) 러시아 주재 한국 대사에게 “믿을 만한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을 정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지만 “미국도 북한 경수로 건설지원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미셸 알리오 마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공동 노선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미국에 시인한 것에 대해 “외교적 술책일 뿐이며 실제로는 핵무기 개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평양의 전문가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시인함으로써 미국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얻어내려 한다”며 “이것이 바로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구사해 지난 10년간 얻고자 하는 바를 획득해온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계획 시인으로 인해 “한반도가 새로운 위기국면으로 향하고 있으며 북한이 미국의 이라크 다음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타임스는 북한이 미국의 국제안보와 관련해 ‘우려 대상국’에서 몇 단계 더 올라갔으며 미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정보를 공개키로 결정한 것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추구하는 ‘불량국가’들에 대한 더욱 광범위한 단속을 예고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시아경기대회 북한 응원단이 미소 띤 작별인사를 남긴지 불과 사흘 만에 북한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시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 국민은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서울발로 보도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19일 평양에 부임할 예정이던 데이비드 슬린 초대 평양 주재 영국 대사의 파견을 연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도 북한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경수로건설 계약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는 한미일 3국과 함께 대북 경수로건설을 위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참여해 연 2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내고 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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