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개발계획 파문]北서 시인한 '비밀 프로그램'은 뭘까

  • 입력 2002년 10월 17일 18시 36분



북한이 시인했다는 ‘핵 개발 프로그램’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17일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이 종전의 플루토늄 재처리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우라늄 농축 방식이라고 밝혔을 뿐, 더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어떤 수준일까〓여러 정황으로 볼 때 북한은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에 필수적인 우라늄 농축시설을 이미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라늄 방식은 별도의 원자로 시설 없이 우라늄 농축시설만으로 천연우라늄을 정련해 핵연료로 가공이 가능하다. 특히 황해북도 평산과 평안남도 순천에 400만t 이상을 채굴할 수 있는 우라늄 원석이 매장돼 있고 북한은 이미 정련시설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94년 제네바합의 이후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이 차단되자 90년대 말부터농축우라늄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북한이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라는 ‘정황’은 과거에도 나온 적이 있다. 99년 4월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노동당비서와 함께 망명한 김덕홍(金德弘)씨는 일본의 한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플루토늄 대신 우라늄을 이용해 이미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북한이 플루토늄뿐 아니라 농축우라늄을 이용해 핵무기 개발을 추진 중이라는 정황을 이미 포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구 IAEA 아시아태평양지역 기술협력국장은 17일 “IAEA가 그동안의 사찰과 수집 정보를 통해 북한이 농축우라늄을 이용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일정 수준 감지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라늄을 농축하는 ‘가스확산법’과 ‘원심분리법’은 과정이 복잡하고 엄청난 전력이 소요된다는 점을 들어 전력난에 허덕이는 북한이 과연 ‘핵무기 제조 직전’까지 갈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3의 방법인 ‘레이저법’을 이용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게는 수십 단계에서 많게는 수천 단계의 농축 과정을 거쳐야 하는 기존 방법에 비해 레이저법은 소량의 에너지로 두 단계만 거치면 된다”며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핵개발 프로그램의 존재 가능성〓제네바합의 이전에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혹은 끊임없이 불거졌다. 미국은 북한이 제네바합의 이전에 이미 핵탄두 1, 2개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 약 10∼12㎏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92년 IAEA 사찰 때 이미 “소량의 플루토늄 추출에 성공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또 북한은 83년부터 98년까지 핵실험의 전단계인 기폭장치 실험을 70차례 이상 실시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와 함께 핵탄두 운반수단의 개발도 관심 대상. 북한은 현재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각종 중장거리 미사일과 폭격기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특히 98년 8월 대포동 미사일을 시험 발사, 탄도미사일의 능력을 대외에 과시했다. 그러나 북한의 낮은 기술수준을 고려할 때 핵폭탄을 제조했다 해도 중량이 2∼3t 이상 무거운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핵 투하능력은 의문스럽다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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