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북한은 우리에게 뭔가" 혼란스런 대북관

  • 입력 2002년 10월 15일 18시 57분


북으로 가는 만경봉호 - 부산=최재호기자
북으로 가는 만경봉호 - 부산=최재호기자
16일간 화제를 뿌렸던 북측 선수단과 미녀 응원단이 15일 북한으로 돌아갔다.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했던 북한 선수단 중 잔여 인원 161명과 응원단 291명이 15일 오후 각각 고려항공 여객기와 만경봉92호를 타고 평양과 원산으로 귀환했다.

그동안 북한 선수와 응원단은 열띤 응원과 박수를 받기도 했지만 그들에 대해 비판과 거부 반응을 보인 시민도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사상 최대규모의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이 장기 체류하면서 국민이 대북 시각에 혼란을 겪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감상주의에 휩쓸리지 않는 현실적인 대북 패러다임을 정립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높다.

▽넘실댄 인공기〓국민은 아시아경기대회 내내 인공기가 휘날리는 것을 지켜봤다. 경기장에서는 북한 국가도 들었다. 일부 젊은이들은 “북한 국가의 가사와 곡이 멋있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정부는 당초 경기장 내에서만 인공기 게양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정했으나 TV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인공기는 사실상 모든 국민에 노출됐다.

인공기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혼란을 느꼈다. 폐막식을 관람한 김모씨(46·회사원)는 “폐막식에서 인공기가 휘날리는 것을 보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레이크 없는 ‘북 신드롬’〓아시아경기대회 내내 북측 선수과 응원단에 대한 ‘신드롬’은 계속됐다. 인터넷에는 북측 농구스타 이명훈 계순희 선수와 응원단 리더 이명희씨의 팬클럽 홈페이지가 등장했고 회원수가 수만명을 되기기도 했다. 북한의 미녀 응원단은 가는 곳마다 인기를 끌었다. 수십명의 청소년은 ‘인기 연예인’을 대하듯 이들이 나타나는 곳마다 진을 치고 사인공세를 벌였다.

이에 따라 북측이 이들을 이용해 남한 국민에게 ‘미인계’를 썼다면 일단 성공한 셈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미녀들의 각종 퍼포먼스를 바라보며 “주민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 북한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혼란스럽다”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법제도의 혼란〓8일 만경봉호 주변에서 김모씨(50)가 ‘멸공’이라는 스티커를 차에 붙이고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마땅한 처벌 법규가 없자 무면허 운전으로 김씨를 입건했다가 훈방했다.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교육받아온 군인과 경찰의 심정은 더 복잡했다. 북한 선수 경호임무를 담당했던 한 경찰 간부는 “북측 선수단 경호를 맞게 돼 기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무얼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북화해’라는 말 한마디에 지금까지의 교육이나 국가보안법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전문가 진단〓경남대 북한대학원 박재규(朴在圭·58·전 통일부장관) 원장은 “주적 개념문제는 논란의 소지가 많지만 전쟁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만큼 삭제할 수는 없다”며 현실적 판단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앞으로 남북교류가 더욱 확산될 경우에 대비해 제도와 민족감정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용승(董龍昇)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장은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남북이 대립된 상황을 어떻게 수정해 관계 개선을 모색할지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였다”며 “이번 행사를 ‘한때의 추억’으로 끝내지 말고 남북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과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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