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실세가 인사 좌지우지…DJ정부 공기업사장 호남출신 급증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핵심인사들은 과거 야당 시절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를 강력히 비판했다. 또 자신들이 집권하면 이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했다.

그러나 18개 주요 공기업 역대 사장과 현재 사장들의 출신지역과 경력을 분석해 본 결과 이러한 공약(公約)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에 불과했다.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전문성을 무시한 채 정실(情實)에 치우쳐 논공행상식으로 이뤄지는 공기업 사장 선임은 해당 공기업의 경영효율을 떨어뜨리고 결국 국민경제적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공기업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이런 잘못된 인사관행과 무관하지 않다.

▽정치인과 군 출신 대거 공기업 ‘점령’〓김영삼(金泳三)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노태우(盧泰愚) 정부 때 취임한 공기업 사장 17명의 경력을 보면 주무부처 관료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군(軍) 출신이 5명으로 뒤를 잇는다. 또 경제계나 연구소 출신이 4명, 비(非)주무부처 관료 출신이 2명이다. 정치인 출신은 1명도 없었다.

YS 정부 들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군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 YS 재임 5년 동안 군 출신으로 18개 공기업 사장에 임명된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반면 전직 국회의원 등 정치권 출신은 모두 8명으로 주무부처 관료 출신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DJ 정부 들어 정치권 출신은 10명으로 더 늘었다.

이른바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에서 나타난 이 같은 변화는 노 전 대통령이 군 출신인 데 비해 YS와 DJ가 오랜 세월 야당 정치인 생활을 했다는 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DJ 정부가 YS 정부와 크게 달라진 점은 공기업 사장에 다시 군 출신을 대거 임명하기 시작했다는 점. 특히 한국석유공사는 나병선(羅柄扇) 이수용(李秀勇) 이억수(李億秀)씨, 한국도로공사는 정숭렬(鄭崇烈) 오점록(吳V祿)씨 등 현 정부 들어 임명된 전현직 사장이 모두 군 출신이다.

▽새로운 지역편중, 선임절차는 형식만〓노태우 정부 때 사장에 임명된 17명의 출신지역은 경북이 5명, 대구가 3명이었고 부산 1명까지 합하면 영남이 절반을 넘었다. 지역별 인구비율을 감안하더라도 ‘영남 편중’이 두드러졌다. YS 정부 때는 영남이 37.8%(부산 경남이 29.7%, 대구 경북 8.1%)로 여전히 가장 많았으나 비율은 다소 낮아졌다.

DJ 정부 출범 후에는 지역별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전남북 출신이 44.2%를 차지해 새로운 지역편중이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초까지 새로 사장을 임명한 9개 정부투자기관 가운데 사장추천위원회가 외부 전문기관에 후보 추천을 의뢰한 기관은 단 한곳도 없었고 4개 기관은 외부에 후보 공모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치권이나 행정부 실세들의 ‘입김’으로 공기업 사장 임명이 좌우되는 일이 많다는 것.

고계현(高桂鉉) 경실련 정책실장은 “노조가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면 사장은 실질임금을 올려줘 타협을 하는 사례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낙하산 인사 때문에 불필요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며 “정치권 인사를 공기업 사장으로 보내는 것은 특히 폐해가 많다”고 강조했다.

김대중정부 출범후 취임한 주요 공기업 사장
기관	이름	출신지	주요 약력
한국조폐공사	강희복	충남	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 부단장
	유인학	전남	국회의원
	박원출	울산	국무조정실 수질개선기획단 부단장
한국전력공사	장영식	전남	KDI 연구위원
	최수병	전남	보건사회부 차관
	강동석	전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대한석탄공사	이병길	경기	대한석탄협회 회장
	류승규	강원	국회의원, 광산노조협의회 의장
	유필우	인천	인천시 정무부시장
대한광업진흥 공사	서생현	전남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통신국장
	박문수	전남	21세기경제사회연구소 이사
	박춘택	경북	공군 참모총장
한국석유공사	나병선	전북	국회의원, 국방대학원장
	이수용	전남	해군참모총장
	이억수	강원	해군참모총장
KOTRA	황두연	전북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오영교	충남	산업자원부 차관
한국도로공사	정숭렬	전남	중앙고속 사장, 군수사령관
	오점록	전남	병무청장
대한주택공사	조부영	충남	국회의원
	오시덕	충남	한양 법정관리인, 주공 기술본부장
	권해옥	경남	국회의원
한국수자원 공사	최중근	서울	수자원공사 본부장
	고석구	전북	수자원공사 부사장
한국토지공사	김용채	경기	국회의원
	김진호	서울	2군사령부 사령관
농업기반공사	문동신	전북	농어촌진흥공사 사장
농수산물유통 공사	김동태	경북	농림부 차관
	김진배	전북	국회의원
한국관광공사	홍두표	경기	한국방송공사 사장
	이득렬	서울	MBC 사장
	조홍규	전남	국회의원
한국담배인삼공사	곽주영	전남	담배인삼공사 기획본부장
한국가스공사	김명규	전남	인천YMCA이사장, 국회의원
한국지역난방 공사	김영철	경남	특허청 차장
	정동윤	경북	배재대 교수, 국회의원
한국감정원	강길부	울산	대통령 건설교통비서관
	이근식	경남	내무부 차관
	이수일	전북	경찰대학장
	강석천	충남	국무조정실 수질개선기획단 부단장
대한주택보증	이향렬	경남	건설교통부 차관보
	임규송	전북	건설교통부 도시계획과장
	권오창	충남	건설교통부 기획관리실장

(자료:기획예산처)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