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당 창당 주도권 신경전

  • 입력 2002년 8월 20일 00시 03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19일 신당 창당 관련 실무작업을 하는 ‘창당추진기획위’와 대외교섭을 맡은 ‘당 발전위’를 통합키로 결정함에 따라 통합기구의 위원장 인선을 놓고 당내 계파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통합기구 위원장은 사실상 신당 창당 작업의 전권을 행사하며 신당의 방향과 내용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그동안 신당문제에 관해 깊이 협의해 온 김영배(金令培) 상임고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외부 인사 영입 작업을 주도해온 중도파인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과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 등은 대외교섭 활동의 연속성을 위해서도 당 발전위원장인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이 통합기구를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 최고위원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왜 통합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측은 김 고문도 박 최고위원도 아닌, 제3의 중도파 인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인제(李仁濟) 의원과 김중권(金重權) 전 대표가 전날 ‘4자 회동’을 갖고 제3신당 창당 추진문제를 논의한 데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한 대표는 “당에서 신당 창당 준비를 하고 있는 데 당원이 밖에 나가서 (그런 논의를)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개 비판했다. 김태랑(金太郞) 최고위원은 두 사람을 당기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4자 회동에서는) 모든 세력이 기득권을 버리고 국민통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주고받았다. 강줄기는 큰 호수로 모여들게 마련이다”며 ‘백지신당론’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 마당에 국민경선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노 후보를 비난했다.

한편 정균환 원내총무와 유용태(劉容泰) 사무총장 등 중도개혁포럼 소속 의원 15명은 이날 서울 63빌딩에서 오찬 모임을 갖고 “통합신당을 만들려면 공정한 대통령후보 선출방식을 보장해야 한다. 현 단계에서 지도부 사퇴는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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