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속인 ‘마늘외교’ 문책하라

  • 입력 2002년 7월 16일 18시 38분


정부가 2년 전 중국과 마늘협상을 타결하면서 마늘을 내년부터 수입자유화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한 외교협상의 결과를 숨겨 국민을 속이는 일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과연 대한민국의 정부이고 관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마늘의 수입자유화는 협상 당시 50만 농가의 이해가 걸린 문제였다. 불과 2년 반 뒤에 중국산 마늘이 관세부과 외에는 아무런 규제없이 들어오게 된다면 합의문 본문에 넣어야 할 중요사항이 아닌가. 중국 측도 본문에 포함할 것을 주장했는데 외교통상부가 ‘중요치 않은 사안으로 판단해 부속서에 넣었다’면 외교부의 인식이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처음부터 내용을 감추고 국민을 속이려는 의도 때문은 아니었는지도 의심스럽다.

외교부는 여러 부처의 이해가 걸려 있는 통상협상의 대표 부서이다. 마늘협상에도 농림부 산업자원부 등이 참여했으나 협상 타결 전에 합의문과 부속서를 놓고 제대로 협의한 일조차 없다고 한다. 이 정도로 협상팀의 손발이 맞지 않았다니 외교부가 협상대표의 임무를 망각했거나 정부의 통상협상 기능에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협상 결과를 알고도 농협 등 농민단체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농림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농협이 50만 마늘농가의 뜻을 모아 긴급수입제한조치를 4년간 연장해 달라는 신청서를 무역위원회에 낼 때까지 방치한 것은 농정을 책임지는 부서의 자세가 아니다. 중국과의 협상에 함께 참여했고 합의문 본문과 부속서를 받아본 농림부가 농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줄 알고도 사실을 숨겼다면 농민을 배신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일이 터지자 외교부와 농림부가 국민 앞에 사과하기는커녕 서로 잘못을 떠넘기는 것도 무책임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2년 전에 이런 사실을 알리고 대책을 세웠더라면 농민 피해도 줄일 수 있지 않았겠는가. 정부는 정확히 진상을 밝혀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