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총리인준때까진 내정자"

  • 입력 2002년 7월 15일 19시 00분


장상(張裳) 총리서리 체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위헌성 제기는 즉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민주당은 ‘다수당의 오만’이라고 비난했고, 정부는 위헌이 아니라고 맞섰다.

‘서리’의 사전적 의미는 ‘결원이 된 어떤 직무의 직위를 대신하는 사람’이라는 뜻. 총리서리제는 지금까지 헌정사의 관행이었지만 법에 명시된 제도는 아니다. 헌법 86조는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있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15일 “총리서리 체제는 법적 근거가 없고 헌법에 명시된 국회의 임명동의권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김영삼 정부 때는 사라졌다. 94년 이영덕 총리의 경우 국회 동의를 받을 때까지 경제부총리가 직무대행을 한 예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장 총리서리에 대해 총리내정자란 호칭을 쓰기로 했다.

법무장관 출신의 박희태(朴熺太)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동의 전에 임명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고 헌법 유린이다”며 “총리직 수행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총리 직무정지 요구’로 받아들여지자 남 대변인은 “우리 당의 요구는 직무정지라기보다 총리대행체제로 가라는 것이며, 그 이행 여부는 총리내정자가 판단할 문제다”고 한발 물러섰다. 98년 김종필(金鍾泌) 총리서리 임명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가 각하한 전례를 감안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총리서리제를 정면으로 문제삼은 데에는 장 총리서리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 8·8 재·보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계산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총리서리제도의 보완장치 마련을 포함한 종합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 전에 한나라당이 즉흥적으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다수당의 오만이며 횡포다”고 반박했다.

한편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법리적 문제 제기’라고 보지 않는다. 오랜 헌법적 관행을 말 한마디로 뜯어고치려는 것은 대단히 경솔하고 책임없는 다수당의 오만이다”라고 반박했다.

법제처 관계자는 “국회 동의를 받기 전에 총리서리를 한시적으로 임명하는 것은 대통령의 총리 임명권에 수반된 파생적 권한으로, 위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총리서리는 모두 19명이나 된다. 내각제였던 제2공화국과 총리 임명동의제도가 없었던 3공화국, 총리서리 임명을 억제했던 김영삼 정부 때 말고는 상당수 총리가 서리를 거쳤다.특히 신성모(申性模) 허정(許政) 이윤영(李允榮) 백한성(白漢成) 박충훈(朴忠勳) 이한기(李漢基)씨는 총리서리의 꼬리표를 떼기도 전에 물러났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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