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장후보 '네거티브전' 득실[경인일보]

  • 입력 2002년 6월 5일 11시 02분


《'네거티브 공방, 후보 지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인천시장 선거전이 중반전에 접어들었지만 후보간의 도덕성 시비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정책대결은 뒤로 한 채 네거티브 공방에만 치중하는 느낌이다. 이같은 논쟁에 대해 '정당한 검증절차'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흑색선전'이라는 비판론이 상존한다. 각 후보진영에서의 대응도 다르다. 한나라당은 당초 상대후보의 비리의혹을 맞받아치던 것과 달리 반박하는 입장을 선회한 반면 민주당은 계속해서 상대 후보의 도덕성 문제를 들고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공방의 표심잡기 득실에 대해선 후보진영마다 다른 입장이다. 그래서 본보는 현재 각당이 펼치는 도덕성 시비 공방에 대해 각 정당은 어떤 입장인지와 선거에서 어떤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 지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한나라당

민주당 박상은 후보측의 불법적인 전화비방과 모 신문에 게재한 안상수 후보 비방에도 불구, 선거 판세에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민주당이 전방위적으로 펼치는 비방이 안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지 못한 채 부메랑이 되어 박 후보측에게 돌아감으로써 오히려 후보간 지지도의 격차를 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한나라당도 사실 선거 등록 이전부터 빚어진 상대당의 거듭되는 비방전과 관련해 맞대응 방안 등을 두고 적잖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상대당과 마찬가지로 비방전에 나설 경우 거듭되는 상호 비방전으로 오히려 인천시민들이 시장선거에 대한 정치 불신은 물론 선거 열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 아예 네거티브전을 지양하기로 결심한 상태다.

이에 따라 후보 등록 이전인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상대당의 후보 비방에 맞서 제기한 박상은 후보의 초호화빌라 축소신고를 비롯 자녀의 거액재산 보유, 강화 석모도 땅투기 여부 등 6대 비리 의혹에 대해 더 이상의 비방을 포기하고 상대당에 정책대결을 하자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양상은 시장 후보의 정당연설회 등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상대후보에 대한 비방을 중단하고 인천발전을 위한 정책중심의 연설을 펼침으로써 정치불신에 식상한 유권자들을 선거에 끌어들일 수 있는 올바른 선거가 펼쳐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후보들간의 비방전이 아니라 정책대결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며 “선거 당일까지 비방보다는 잘살 수 있는 인천을 조성할 수 있는 정책제안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의 자질 검증과 비방은 전혀 다른 문제'. 박상은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측이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의 과거 경력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는 것에 대해 일고 있는 '비방전' 지적에 대한 '항변'이다.

박 후보측은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대법원 판결문을 근거로 들어 안 후보의 ▲병역기피 ▲룸살롱 경영 ▲파친코 투자 ▲경력 허위기재 등의 이른바 4대 의혹을 제기했다. 박 후보측은 또 이들 의혹을 모 일간지에 선거광고를 내면서 이 문제를 양당의 중앙당 싸움으로까지 끌고 갔다. 특히 박 후보의 선거공보물에 이 내용을 실어 상호 고소·고발 사태를 촉발시키기도 했다.

또 안 후보 과거 '측근'들이 잇따라 안 후보의 부도덕성 등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크게 부각시키기도 했다.

박 후보측이 이처럼 끈질기게 안 후보의 4대 의혹과 부도덕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네거티브 선거전략을 통해 초반 인지도 부족을 만회하고 선거 판도변화를 꾀한다는 계산에서다.

또 두 후보의 정책 틀이 국제도시화, 환경피해 최소화, 시장경제원리 지향 등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이번 선거는 무엇보다 후보 개인의 기본적인 도덕성과 가치관, 자질 등이 중요한 잣대로 등장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런 판단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여 선거 중반에 접어들면서 박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박 후보측은 안 후보의 도덕성과 자질 검증과 관련한 정확한 판단 자료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도 포지티브 전략과 함께 네거티브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박 후보의 지원대책을 집중 논의하는 등 중앙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군소정당

녹색평화당, 민주노동당, 사회당 등 군소정당들은 이번 시장선거가 네거티브 선거전 양상으로 전개되는데 대해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나름대로 투표결과에 미칠 영향 등 자당 후보의 득실을 따지고 있다. 신맹순 녹색평화당 후보측은 유권자를 최대한 많이 만나는 '발로 뛰는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만큼 양당 후보의 폭로전이나 성명을 통한 공방이 신 후보의 득표전략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양당공방에 언론을 비롯한 지역 여론층의 관심이 집중될 경우 이번 선거전에서 양당 구도의 고착화에 대한 우려감도 보이고 있다.

김창한 민주노동당 후보 진영은 보수정치권의 선거행태에 식상한 유권자들이 대안세력으로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또 민노당의 주요 지지층인 노동자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선거전 양상과 관계없이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자체분석하고 있어 손해볼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영규 사회당 후보 진영은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인해 주요 지지층인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더욱 떨어지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월드컵 열풍으로 가뜩이나 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폭로전에 익숙한 중·장년층보다는 학생과 직장인 등 젊은층의 선거포기를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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