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유세 명당' 쟁탈전 치열[새전북]

  • 입력 2002년 5월 31일 11시 04분


짧은 시간동안 가능한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최적의 장소를 후보자들은 ‘명당’으로 평가한다.

후보를 선전하는데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 가운데 하나. 때문에 명당을 차지한 것 만으로도 상대방의 기를 누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후보들은 믿고 있다.

그런 연유에서 새벽부터 사람을 보내거나 물건을 쌓아 놓고 아예 선전차량을 장소에 세워 두는 등 명당차지를 위한 신경전과 자리싸움은 치열하다.

풍수지리에서 명당이 좌청룡우백호의 지세라면 선거전의 명당은 사통팔달(四通八達), 다중운집(多衆雲集), 상습정체(常習停滯)의 세를 갖춘 곳이다.

사방팔방 모든 곳으로 연결되는 교차로는 가장 짧은 시간동안 가장 많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보일 수 있는 일급 명당.

전주의 경우 아침 출근시간이면 백제로와 화산로 주변의 사거리에서 늘 후보자들을 만날 수 있다.

30일 아침 효자동 한국통신 사거리에서는 도의원 후보자 2명과 시의원후보 2명이 네 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인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군산의 극동주유소 사거리, 김제의 터미널사거리와 부안사거리 등은 각 도심의 주요사거리엔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나와 있다.

군지역은 파출소앞이 명당이다. 주요도로 목에는 검문소를 겸하는 파출소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당연히 선거의 명당이다.

전주의 코아백화점, 중앙시장, 객사, 전북대 구정문, 송천동 농수산물시장 등은 늘 사람이 붐비고 군산의 구경찰서 앞, 익산의 역전지역, 완주군 삼례 시장앞 등은 언제 찾아가도 톡톡히 재미를 볼 수 있는 장소로 꼽힌다.

군산, 익산, 김제, 정읍, 남원 터미널 인근은 언제 찾아도 허탕치는 일이 없고 출퇴근 시간이라면 더욱 좋다.

군에서는 항상 유권자가 많이 모이는 곳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5일 장날을 찾아 장터에 자리를 잡는 방법이 최고다. 지난 29이 완주군 고산장날 완주군 군수와 해당지역 군의원, 기초의원이 쏟아져 나와 선거 장터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상습정체 구간도 선거유세 장소로는 더 없는 노루목으로 꼽힌다.

지루하고 짜증나는 운전자들을 향해 밝은 로고송과 운동원들의 쾌활한 율동은 유권자의 시선을 끌어 짜증도 덜고 상대적으로 후보자의 인상을 깊게 새길 수 있다.

전주 다가교 등 시내로 연결되는 교각과 대형 아파트 단지 인근의 도로가 이런 곳이다.

그러나 무조건 지세가 좋다고 명당이 아니듯 사람이 많다고 명당은 아니다.

전북대구정문 앞을 다니는 젊은 이들은 선거에 무관심한 편이라 후보자와 운동원들의 힘을 빼 놓기 일쑤고 대형마트를 오가는 사람은 많지만 늘 반응은 냉랭하다.

김제의 한 사거리는 사람이 많이 다녀서 좋기는 하지만 인근 아파트 단지로부터 늘 항의를 받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단 한걸음도 물러설 수 없는 후보자들은 조상의 명당이라도 쓰는 심정으로 매일 아침과 저녁이면 선전 명당 쟁탈전으로 하루를 열고 닫고 있다.

/손우기 새전북신문 기자 swk@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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