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업씨 대선잔여금 논란]"대선때 남은돈 김성환에 빌려줘"

  • 입력 2002년 5월 23일 18시 40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 측이 97년 대통령 선거 때 사용하고 남은 이른바 ‘대선 잔여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고교동창인 김성환(金盛煥)씨에게 빌려줬다고 주장해 그 진위와 법적 처리 전망 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홍업씨의 변호인인 유제인(柳濟仁) 변호사는 22일 “김성환씨에게 빌려준 돈이 97년 대선 당시 ‘밝은 세상’(사실상 사조직인 선거기획 회사)을 운영한 뒤 남은 돈인 것 같다고 홍업씨가 말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돈의 원출처에 대해 “홍업씨 부부의 집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땅, 예금 등을 처분한 돈을 ‘밝은 세상’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 잔여금을 주장하는 홍업씨 측은 김성환씨에게 빌려준 잔여금이 얼마인지 규모도 밝히지 않았으며 “기억을 더듬어 보니 대선 잔여금이 섞여 있었던 것 같다”는 식의 애매한 주장을 하고 있다.

검찰은 조사 결과 홍업씨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18억원을 김성환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 중 대선 잔여금이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금세탁 과정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하고 돈을 바꿔준 중요 참고인들이 진술을 거부해 자금 출처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홍업씨 측이 ‘대선 잔여금’이라는 주장을 하는 데 대해 검찰에서는 돈의 출처가 대선 잔여금 등 정치자금일 경우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3년)가 지나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돈이 대선 잔여금으로 밝혀지면 정치적 파장은 물론이고 불법 모금 및 관리 여부가 검찰 수사의 관건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홍업씨가 정치자금법상 허용되지 않는 방법으로 대선자금을 별도로 조달한 사실이 드러나면 뇌물죄나 조세포탈죄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홍업씨 비자금에 대선 잔여금이 일부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상당 부분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공소시효 7년) 혐의와 연결될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돈의 조성 경위, 출처, 성격을 끝까지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홍업씨가 정치자금을 받을 때 영수증으로 처리하고 선관위에 정상적으로 신고했다면 복잡하게 돈세탁을 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말해 대선 잔여금이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