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후보 방송기자클럽 토론]“문어발式 재벌 해체해야”

  • 입력 2002년 5월 17일 18시 24분


답변-박경모기자
답변-박경모기자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17일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재벌문제나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 문제 등 자신의 경제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대 언론관계에서는 ‘언론의 자세변화’를 전제로 화해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노 후보는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처음 가진 이날 방송 토론회에서 비교적 침착하고 여유 있게 질문에 답했다. 이날 토론회는 3개 중앙방송사와 뉴스전문 케이블채널인 YTN이 생중계했다.

▽경제관〓노 후보는 “시장경제를 부인한 적이 없으며 적극 지지한다”면서도 재벌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그는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로 얽혀 있는 ‘문어발기업 덩어리’를 재벌이라고 할 때, 자본적 유착관계를 끊고 각기 독립기업으로 따로 서라는 의미에서의 재벌은 해체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재벌들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과거의 재벌규제가 재벌의 집중과 독점에 대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투명성과 기업지배구조, 주주 등에 대한 기업경영상태 공개 등과 관련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또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반대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 그는 “금융자본에 대한 산업자본 진출 금지는 전세계에 확립된 원칙”이라며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가는 쪽이 빌려줄 쪽의 경영권을 지배할 경우 은행에 압력을 가할 수 있고 과잉투자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폈다.

▽대북관 및 언론관〓이날 노 후보의 발언 중 가장 주목을 끈 것은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대북정책을 거론하면서 4·13총선 직전 남북정상회담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오해를 초래한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한 대목. 그는 그동안 몇 차례 기자간담회에서 간혹 이 문제를 얘기한 적이 있으나 공개석상에서 정면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 후보는 또 언론문제에 대해 종전의 강경한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도 “언론과 관계개선을 하고 싶다. 그동안의 엄청난 부당한 공격에 대해 빚을 받아야 하지만 과거의 빚을 모두 탕감하겠다”고 말함으로써 다소 완화된 분위기를 풍겼다. 이는 “노 후보가 언론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일부 수용한 것이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노 후보는 “정치자금을 법적으로 100% 맞게 운영하고 있느냐 묻는다면 대답을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양심에 부끄럽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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