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후보 속내 아리송

  • 입력 2002년 5월 16일 18시 58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는 15일 한이헌(韓利憲) 부산시장 후보 추대대회에서 “부산 선거에서 져도 내가 대통령 된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서 한화갑(韓和甲) 대표, 김태랑(金太郞) 최고위원 등이 한결같이 “부산에서 이겨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며 전의(戰意)를 다진 것과 비교하면 의외의 발언이었다.

노 후보 자신이 ‘부산 경남 울산 광역단체장 선거 중 1곳 이상 승리하지 못하면 후보직을 내놓고 재신임을 받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그 승부를 부산 선거에 걸어온 만큼 그의 이날 발언은 구구한 억측을 낳았다.

자연히 16일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 “그 발언은 재신임 공약을 접는다는 뜻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노 후보는 그러나 “대통령을 안 했으면 안 했지, 했던 말을 집어넣지는 않는다. 재신임 받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재신임 발빼기’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노 후보의 측근들은 “재신임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당 관계자들은 좀 다르다. 부산시장 선거가 대선 승패의 분수령처럼 과열되면 오히려 불리하다고 판단한 노 후보의 선거전략 수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노 후보가 문제의 발언에 이어 “부산시장 선거는 노무현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산 시민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며 정치적 의미를 축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현지의 민주당 조직책들은 최근 지방선거 전 정계개편과 당명 개정을 적극 건의하면서 “‘부산에서 지면 민주당이 또 집권한다’는 한나라당의 여론 공세가 먹히고 있다”고 지역정서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노무현 후보의 부산시장 선거 관련 발언록
시점발언 내용 비고
4.16부산 경남 울산 광역단체장 선거 중 1곳 이상 승리하지 못하면 재신임 받겠다는 약속은 계속 유효하다수원 팔달 지구당 간담회
4.19부산시장 떨어지면 내가 후보직을 내놔야 한다.부산 중·동구
지구당 간담회
5.14재신임 방법은 당에 맡기겠다. 당이 우습지 않게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관훈클럽 토론회
5.15한이헌 후보가 부산시장 선거에서 죽 쒀도 내가 대통령 된다. 한이헌 후보 추대대회
5.16부산시장선거가대선의전단계처럼 얘기되는데, 대선은 그 다음 문제이다. 부산지역 기자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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